[이석기 내란음모 1심 유죄] “체제 전복 위해 폭동 준비…北군사력 연계”
입력 2014-02-18 03:47
법원의 판단은…
법원은 17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선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RO(지하혁명조직·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존재를 국가정보원에 알린 제보자 진술을 모두 받아들였다. 이 의원은 RO 총책으로서 대한민국 체제 전복을 위해 폭동을 준비한 것으로 인정됐다.
◆법원 “제보자 진술 믿을 수 있다”=재판부는 RO 내부 제보자가 경험하지 않고서 알 수 없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어 신빙성이 높다고 봤다.
재판부는 “제보자가 국정원, 검찰, 법원을 거치는 동안 RO 가입 시기, 학모(학습 모임), 이끌(이념 서클), 활동에 대해 일관적으로 진술했다”며 “구체적인 인물과 경험을 열거하고 있어서 허구의 집단을 꾸며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제보자가 피고인들과의 친분 탓에 진술이 어려웠을 텐데 ‘위험을 알릴 수 있어 당당하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며 “진술 태도에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270여곳의 오류가 지적됐던 회합 녹취록에 대해서는 “원본 녹음 파일이 제출돼 녹취록은 보조적 증거에 불과하다”고 봤다.
◆“북한과 연계된 후방교란 가능성 인정”=법원은 제보자 진술을 기초로 RO의 실체를 인정했다. 이 의원이 김근래 피고인에게 ‘지휘원’ 호칭을 사용한 것은 RO의 지휘체계를 보여주는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홍순석 피고인이 제보자에게 ‘5월 10일 회합에 올 때 휴대폰 전원을 차단하라. 자동차는 500m 밖에 주차하고 걸어오라’는 등 유의사항을 전달했다”며 “피고인 측 주장과 달리 조직을 가진 모임이었던 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홍순석 피고인이 “우리도 그(이 의원)가 잘못되면 큰일나는 구조”라고 말한 점은 이 의원이 RO 총책이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5월 열린 RO 회합에서 구체적·실질적인 내란음모 모의가 있었던 점도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이 의원은 이 모임에서 현 한반도 정세는 전시라고 강조하고, 전쟁통에 아이를 데려와서는 안 된다고 발언했다. 재판부는 “발언에 비춰볼 때 모임의 성격을 단순 정세 강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회합 참석자들이 권역별 토론에서 전기, 철도 등에 대한 타격 방법을 거론한 점도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통일혁명의 선두에 서자고 연설한 점 등에 비춰볼 때 이들이 북한 공산집단의 군사력에 적극 협조해 후방 교란을 꾀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의원은 지난해 3월을 혁명의 호기로 보고 그때부터 폭동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유죄로 인정된 발언들에 대해서는 “증거로 제출된 녹음 파일을 직접 사무실에서 들으며 꼼꼼히 검증했다”고 덧붙였다.
◆“내란음모 성립에 ‘세부 계획’ 필요 없어”=재판부는 이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며 ‘내란음모 성립에 세부적인 실행계획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어 내란음모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한 판결이다. 재판부는 상부의 지침을 철저히 관철하는 RO 조직의 성격에 비춰볼 때 이들이 논의 내용을 실현할 만한 위험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다. 이 의원이 2012년 피고인들과 함께 수차례 혁명동지가를 제창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부분도 유죄가 됐다. 이 의원의 집과 사무실에서 압수된 김일성 저작집, 김정일 저작집 등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기에 충분한 이적표현물로 인정됐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