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7) 블라우스, 우아함의 로망

입력 2014-02-18 01:37


블라우스 하면 교장선생님이 떠오른다. 얼굴 밑에서 방긋하는 리본 매듭과 양의 다리를 닮은 봉긋한 소매, 살랑거리는 러플 자락, 재킷을 떠받드는 조신한 자태는 블라우스라는 옷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편견을 심어주었다. 블라우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고리타분한 공기로 자욱했다. 그리고 시간이 쌓이면서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은 블라우스가 거머쥔 이질적 기량의 저력이다. 정장 의류의 딱딱함을 이완시켜주는가 하면 청바지의 느슨함마저 다스리는 기지를 갖고 있다는 것. 그때부터 블라우스가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블라우스는 프랑스 농민들의 작업복을 칭하는 ‘블리오’에서 파생된 단어로 입은 옷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보호 차원에서 겉에 입었던 헐렁한 튜닉이 그 시초였다고 전해진다. 주목할 점은 그토록 활동적이었던 옷이 우아함의 대변자로 변했다는 것이다. 강력한 여성스러움을 피력할 때 대다수의 여성들이 블라우스를 선호한다. 블라우스는 셔츠보다 곡선적이라 여성적이다. 블라우스를 논하는 과정에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셔츠다. 블라우스인 척하는 셔츠와 셔츠인 척하는 블라우스로 인해 셔츠와 블라우스의 경계가 애매한 관계로 두 개가 동일시되는 경향이 짙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소재가 얇고 하의 안에 넣어 입기가 용이하고 무늬가 섬세하게 날염돼 있고 소매가 낙낙하고 허리에 다트가 들어간 모양새일 경우 블라우스로 간주한다. 셔츠가 어른스러운 오빠라면 블라우스는 애교스러운 여동생이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