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정병석] 聖월요일 관행과 근로시간 관리

입력 2014-02-18 01:36


“더 단축할 필요 있지만 일하는 시간 엄정 관리하자는 사회적 공감대 만들어야”

벤저민 프랭클린은 젊은 시절 영국 런던에 가서 일한 적이 있는데 매우 특이한 경험을 한다. 1724년 한 인쇄소에 취업해 1년 반 동안 일하면서 겪은 경험과 영국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자서전에서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당시 영국보다 산업화가 뒤져 있던 미국에서 건너간 청년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영국 노동자들이 월요일에는 인쇄소에 전혀 출근하지 않는 것이었다. 반면 월요일에도 빠짐없이 출근해서 열심히 근무한 프랭클린은 그것만으로도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아 회사에서 승급도 했다는 것이다. 당시 노동자들에게는 실적에 따라 보수를 주는 도급제가 성행했는데 대개 토요일이 임금 지급일이었다. 성과급으로 토요일에 보수를 지급받으면 노동자들은 일요일 저녁부터 선술집에 앉아 밤을 새우며 술 마시기를 즐기는 것이었다.

당시 영국 노동자들은 ‘성월요일(St. Monday)’이라는 자기들만의 휴일을 만들어 월요일에는 일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이런 관행은 많은 노동자들의 생활습관으로 형성돼 널리 인정되는 것이어서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었다. 도급제로 일하는 성월요일 관행에서는 근로시간, 근무일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화요일도 대충 지내다가 수·목·금 사흘 동안 정신없이 일해 작업량을 채우는 생활을 했던 셈이다. 이 관행은 18세기 영국, 프랑스에서 유행했으며 탄광 등 일부 직종에서는 19세기 중반까지도 남아 있었다.

한편 사업주들은 농촌에서 갓 올라와 공장작업이나 노동시간 관념에 익숙하지 않은 노동자들에게 교육하기 위해 노력한다. 먼저 노동자들에게 보수를 올려줄 테니 월요일에도 출근해 일하는 방식으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당시 임금으로도 생활에 불편이 없는데 임금을 더 받는 것보다 요일이나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거부한다. 그래서 사업주들은 임금을 깎아 노동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에서 사업주들은 도급제를 공장제로 바꿔 노동자들을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모아 작업을 시키며 주 6일 근무제를 확립하면서 시간관념과 작업관리를 강화해갔던 것이다. 한편 공장제가 확립되면서 19세기에는 1일 12∼16시간의 장시간 근로가 문제가 된다. 산업혁명기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노동운동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할 만큼 역사가 긴 과제였으며, 여성과 아동부터 시작해 장시간 근로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찾은 사회적 타협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근로시간을 더 단축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장 시간인 근로시간은 분명 줄여야 하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의 효율성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2004년 주 48시간 6일 근무제에서 주 40시간 5일 근무제로 대전환을 하면서도 휴일과 임금보전 문제 등에 급급해 어떻게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생산성을 올릴지의 논의는 소홀히 취급하고 말았다.

8시간 근로라는 것은 엄정하게 업무시간이 8시간이라는 의미이지, 출근해 옷 갈아입고 커피 타는 시간, 퇴근하려고 소지품 챙기는 시간까지 다 포함해, 즉 회사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8시간이라는 뜻이 아니다. 출근시간이 9시라면 9시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가 다 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전에 근로시간 제도를 바꾸면서 이제부터는 근로시간을 엄정하게 효율적으로 활용하자는 공감대를 갖추지 못하다 보니 아직도 기업은 근로시간 단축은 바로 인건비 추가 부담이라며 반대하는 것이다. 시간당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인건비 증가 없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성월요일 관행처럼 밖에서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과 방법이 소중해지는 만큼 업무시간도 소중하므로 이를 엄정하게 사용하자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정병석 한양대 경제학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