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중형선고의 의미
입력 2014-02-18 01:51
진보적 사회운동과 체제전복 기도는 명백히 구분해야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1심 선고는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재판이었다. 현역 의원에 대해 사상 최초로 내란음모 혐의가 인정돼 징역 12년의 중형이 선고된 역사적인 판결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통진당의 해산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그동안 북한 입장을 지나치게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던 통진당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 보수 세력과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왔던 진보 진영도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과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이번 판결은 진보적 사회운동과 범죄의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했다는 점에서 향후 진보 진영 전체의 행동 규범이 돼야 할 것이다.
재판부는 이 의원이 주도한 RO 조직은 실체가 없으며 이 모임은 당원 교육에 불과했다는 변호인 측 주장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이 의원이 이 조직의 총책으로 국가 헌정질서를 깨 나라를 전복할 목적이 있다는 내란 음모 혐의를 명백하게 인정했다. 무리한 수사가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을 받아들이지 않는 대신 검찰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검찰은 이 의원이 지난해 3월 북한의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을 ‘혁명의 결정적 시기’로 판단하고 RO 조직원 130여명과 함께 주요 국가시설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내란을 음모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후 이 의원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검찰 신문에는 침묵하면서도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며 무죄 주장을 되풀이했다. 국회의원이란 헌법적 지위를 이용해 우리 사회를 뒤엎으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사실 검찰의 기소 내용만 본다면 비밀회합에서 국가 전복을 이야기하며 혁명동지가나 적기가 등을 제창하는 것은 사회를 붕괴시킬 정도의 실체적 위협은 아닐 것이다. 내란을 책동하면서 아무런 계획이나 무기체계도 갖추지 않는 것도 실체가 없는 망상적인 관념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법원은 내란음모란 구체적인 위협이 없이 추상적인 위험성만 있어도 성립할 수 있는 범죄라고 명백히 선언했다.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생각들을 옭죄는 빌미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을 조국처럼 여기며 우리 사회에 혼란을 조장하고 선동하는 친북 내지 종북 세력은 과감하게 도태시켜야 하지만 자유민주주의의 또 하나의 가치인 분배와 평등을 추구하는 운동마저 같은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새가 두 날개로 하늘을 날듯이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두 가치가 균형을 이루며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우려와 달리 절차적 정의에 충실했으며 증거재판주의 원칙도 잘 따랐다. 따라서 이 의원을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은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향후 행동의 바로미터로 삼기 바란다. 이번 판결로 보·혁 세력 간 갈등과 반목이 확산돼서는 안 되며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한 가치를 함께 수호하는 계기가 되길 진정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