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부터 외손녀까지 한 자리에… ‘미술 3代’ 아주 특별한 가족 전시회

입력 2014-02-18 01:34


예술인 가족 3대(三代)의 작품이 한데 모였다. 서울 중구 퇴계로 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에서 20일부터 3월 2일까지 열리는 ‘가족’ 전에서다. 한 집안의 아버지·어머니, 큰아들·작은아들, 딸과 사위 그리고 외손녀 7명이 참여했다. 부부·부자·부녀·형제끼리 함께 전시를 여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삼대 가족의 작품이 한꺼번에 출품되는 기획전은 보기 드물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 또 고통을 겪지 않는 가족이 있을까. 이 가족도 살아오면서 여느 집안처럼 아픔을 겪었고, 위로받기를 원하는 평범한 가족이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예술적인 재능을 가졌다는 것이다. 어둡고 깊고 고통스런 겨울잠에서 깨어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진 세상의 모든 아픈 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전시는 원래 아버지 조국현(60) 작가의 개인전으로 열 예정이었다. 그러다 온 가족이 함께 참여해 가슴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자는 취지로 단체전을 마련하게 됐다. 늘 곁에 있기에 공기처럼 익숙해 존재감을 느끼지 못하고, 그래서 무관심해지기 쉬운 게 가족이다. 전시는 회화·사진·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가족 간의 소통과 그 의미에 대해 되새겨보게 한다.

도시문화공공예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조국현 작가는 원광대 서양화과를 나와 국내외에서 400여 차례 개인전 및 그룹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삶의 희로애락을 담은 추상화 ‘서정의 이미지-아리랑’ 등을 내놓았다. 호남대 미술학과를 나온 어머니 강양순(57) 작가는 2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중진이다. 관람객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전하는 작품 ‘시간과 공간’ 등을 선보인다.

큰아들 조아진(38) 작가는 상명대 만화예술과를 거쳐 ‘성냥팔이 소녀를 위하여’ 등 애니메이션 27편을 연출했다. 전시에서는 만화(일러스트)와 그림(아트)이 접목된 일러스타트 ‘사랑(껴안음)’ 등을 출품했다. 작은아들 조한진은 경원대 환경조각과를 다니다 2000년 교통사고에 이은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부모의 가슴에 영원히 묻힌 그의 유작 ‘넘버’ 시리즈가 출품돼 가족들과 나란히 하게 됐다.

딸 조소진(33) 작가는 한남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소재와 재료를 혼용한 작품을 제작 중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작품 ‘눈에 관한 긍정적 시각-몽환나무’ 등을 전시한다. 웹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한 사위 강성수(35) 작가는 “즐길 수 없는 것들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작업한 웹디자인 작품 ‘구름오리’와 사진작품 ‘나들이’ 등을 내놓았다.

강성수·조소진 작가의 딸인 강지율(4)은 미숙아로 태어나 큰 수술을 하게 됐지만 굳세게 이겨내고 호기심 많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꼬마 아가씨다. 수술 후유증으로 몸이 불편해 재활훈련을 받고 있지만 가족들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집안 곳곳에다 그림을 그리며 타고난 재능을 자랑하고 있다. 크레파스로 그린 ‘우리 가족’ ‘내 손과 내 발’ 등을 전시장에 내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새싹처럼 생명력 넘치는 작품들이 보는 이들에게 온기를 전한다. 조부모부터 손자손녀에 이르기까지, 추상화부터 아동화까지 온 가족이 관람하면서 가족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전시를 기획한 조아진 작가는 “대학생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이 오죽했을까요. 애틋한 사연을 가진 삼대 가족의 특별한 이야기”라고 말했다(02-2230-667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