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우 목사의 시편]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동계올림픽

입력 2014-02-18 01:34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캐스 선스타인은 은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 리스트의 행복지수가 더 높다고 했다. 은메달리스트는 조금만 더 잘했으면 금메달도 딸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실망을 크게 한다. 하지만 동메달리스트는 자칫 메달을 못 땄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더 기뻐하고 감사해한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새벽 이상화 선수가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마지막 금빛 레이스를 마쳤을 때 카메라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이 선수를 맨 처음으로 잡았다.

잠시 후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하는 동메달리스트 네덜란드의 마르고트 부어와 아쉬워하는 은메달리스트 러시아의 올가 파트쿨리나의 모습도 비쳐줬다. 은메달리스트의 표정은 아쉬움이 역력했다. 곧바로 열린 ‘플라워 시상식’에서는 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대는 과한 욕심이었나 보다. 우리네 인생에서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일이 더러 있다. 후회한다고 메달 색깔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쉬움에 빠져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 실패의 깊은 그림자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잃어버린 것과 이별하지 못한 채 상처를 마음의 안방에 모셔 놓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상실이 없을 수는 없으나 상처가 되어 주리를 틀고 자리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언젠가 승리를 기대한다면 다음 세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원하지 않는 결과 앞에서의 빠른 항복이 필요하다. 그 항복은 패배에 대한 항복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항복이어야 한다. ‘눈물로 씨를 뿌리는 자가 기쁨의 단을 거둔다’고 하셨다. 추수 날 농부가 기쁨의 단을 거두지 못했다면 흘려야 할 눈물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항복이다. 수고한 농부가 삯을 먼저 받는 것이 하나님의 법칙이다.

둘째, 절제가 필요하다. 이상화의 눈물은 지난 4년간 아니 지금까지 그가 흘린 땀과 피였다. 먹는 것, 노는 것, 돈 버는 것까지 절제했다. 이상화는 광고 섭외가 들어와도 거절했다.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서였다. 성서는 이기기를 원하는 자는 모든 것을 절제하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승리를 기대하는 자는 수준 높은 영성을 준비해야 한다. 감사와 배움의 영성이다. 은메달을 땄을 때 감사하고 금메달리스트를 축하해야 한다. 금메달리스트에게서 배울 것을 찾아야 한다. 숨어 있는 한 수의 차이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은메달도 동메달도 아닌 노메달리스트라면 ‘목메달’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가능성 메달’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승자에게는 그만의 비밀이 있지만 패자를 존중하고 격려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시상대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게임에 참여한 선수를 격려해야 한다. 그렇게 성숙한 우리가 될 때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다음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일산 로고스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