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 책은 상품인가 아닌가
입력 2014-02-18 01:35
지난 7일 미국 서점의 역사를 다룬 책 ‘서점 vs 서점’ 출간 기념회에서 번역자 성공회대 박윤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윤을 최고로 추구하는 미국 시장에서도 책은 상품 그 이상으로 여겨집니다. 일반적인 마케팅 이론으로 출판 시장을 설명할 순 없습니다.”
완전도서정가제 등 출판 시장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도 계속 되고 있는 것 역시, 책이 평범한 상품(?)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완전도서정가제를 표방하며 지난해 1월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일부 개정안. 출간된 지 18개월이 지난 구간과 신간, 실용서와 참고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10% 할인만 가능토록 한 것이 골자다. 여기에 도서정가제 적용에서 제외됐던 도서관을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10% 할인에 마일리지 추가 할인 등이 쟁점이 되면서 1년 넘게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서점과 중소형 서점, 출판사의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까지 나서 조율하고 있지만 답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 중 도서관의 완전도서정가제는 정부 정책 의지와 맞물려 주목된다. 그동안 대다수 도서관들은 입찰을 통해 책을 사면서, 대부분 동종의 책을 싼 가격에 제시하는 최저낙찰업체로부터 책을 사들였다. 정부가 다른 상품 사들이듯 책을 구매해왔다는 얘기다.
지역 도서관 관계자는 17일 “미국에선 도서관 장서용 책은 처음부터 책정 가격도 다르고, 정가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데 우리는 책을 최대한 싸게 사 들이는 게 자랑처럼 되고 있다”며 “도서관만큼은 책을 제 값에 사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책을 정가에 사게 되면 지역 서점들도 숨통이 트인다. 서울의 중형 서점 관계자는 “전국 도서관 납품업자들 사이에 할인 경쟁이 얼마나 세던지 부도난 업체도 많다”며 “동네 서점들은 엄두도 못 냈는데 도서정가제가 지켜지면 우리도 납품할 길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돈이다. 도서구입비가 확충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조건 도서정가제를 지키라는 건, 다양한 책을 구비해야하는 개별 도서관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도서관이 책 소비문화를 선도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장기적으로 도서구입비 확충을 통해 국민들이 다양한 도서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지만, 관계 부처와 이해 당사자들의 설득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도서관 장서용 책에 얼마의 할인율을 적용시킬지 정하려면, 도서구입비 예산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책은 과연 상품 그 이상일 수 있을까. 문화융성을 외치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은 이 질문에 어떤 답을 갖고 있을까.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