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름방제작업 3일째… 9년째 표류 중인 부산항 유류중계기지 문제 다시 떠올라
입력 2014-02-17 15:24
[쿠키 사회] 부산항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유류중계기지 건설사업이 9년째 표류하고 있다. 이번 부산항 선박충돌 및 기름유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17일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BPA) 등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2005년 8월 ‘부산항 선박급유업 활성화 추진계획’을 수립해 BPA와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유류중계기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9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유류중계기지는 항만에 대규모 저유시설과 선박 계류시설을 지어 운항 중인 선박에 기름을 공급해주는 시설이다. 부산 신항 유류중계기지 건설사업은 총공사비 3000여억원으로 신항 남측 준설토 투기장 인근 6만3775㎡에 기름 23만㎘를 저장할 수 있는 유류탱크 14기와 9만t, 1만t짜리 선박이 댈 수 있는 계류시설 각각 1개 선석을 건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름 투자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다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에 진척이 없다.
이 때문에 소형선박을 통해 기름을 공급받으려는 선박들이 부산항 외항에 장기간 정박하면서 충돌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결국 지난 15일 오후 2시쯤 부산 태종대 남쪽 5.9㎞ 해상에서 유류공급선과 화물선이 충돌, 벙커C유 237㎘가 유출된 사고도 유류중계기지가 없어 발생한 것이다.
최근 20여년간 부산항에서는 100㎘ 이상 대형 기름유출사고가 7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사고 가운데 일부는 급유 등을 위해 부산항에 정박 중 좌초 등으로 발생했다.
현재 부산항에는 유류중계기지가 없어 111개 선박급유업체가 급유선박 170여척으로 해상 급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절반이 넘는 90여척이 100t 이하의 소형 선박이어서 파도가 조금만 높아도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500t 이상 선박은 6척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운항만업계는 “부산항에 유류중계기지를 조속히 건립해 글로벌 종합항만으로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상 급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해양오염과 안전사고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경은 기름유출 사고 3일째를 맞아 이날 선박 99척과 헬기 3대 등을 동원해 태종대와 오륙도 동쪽 8㎞ 해상에 떠다니는 3개 오염군과 송정 앞바다 유막에 대한 방제작업을 벌였다. 해경은 그동안 전체 유출된 벙커C유 237㎘ 가운데 200㎘를 수거했다. 해경은 사고해역의 조류 등을 고려할 때 기름띠가 연안으로 올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부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