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상호비방·중산중단 제의 왜? 키 리졸브 훈련때 韓·美 대북심리전 차단 의도

입력 2014-02-17 02:31

북한이 지난 14일 남북고위급 2차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예정대로 치르는 대신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을 중단하자고 제의한 것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서 올해 대폭 강화될 예정인 대북심리전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북한문제 전문가는 16일 “북한이 고위급 접촉에서 우리 언론의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을 집중 거론했지만 우리 군의 대북심리전에 대한 우려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군이 올해부터 한·미 연합군사훈련에서 대북심리전을 강화키로 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남북 장성급회담의 합의에 따라 중단됐던 대북심리전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재개됐으며 군은 현재 FM 대북방송과 인터넷을 통해 남한의 현실을 홍보하는 내용을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군은 올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KR)·독수리 연습(FE)’에서 연합심리작전을 강화하고, 전시 및 평시 북한 전역에 라디오와 TV전파를 동시에 송출할 수 있는 차세대 기동중계장비를 개발키로 하는 등 심리전 능력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또 대북전단을 더 정확하게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는 K-9자주포용 신형 전단탄 개발도 착수할 예정이었다.

지난해 10월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올해부터 키 리졸브·독수리 훈련, 을지프리덤 가디언(UFG) 훈련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 시 대북심리전을 위한 연합작전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북심리전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나 국지도발이 발생했을 경우를 상정해 한·미간 정보공유를 통해 가장 적절한 심리전 수단을 도출해 북한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거나 점령지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막는 데 주로 활용된다.

한·미는 이를 위해 미국 합참과 육군 예하 심리전단의 관련 장비와 전문 요원의 참가규모를 예년에 비해 확대키로 했다. 또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심리전 활동을 한 경험이 있는 예비역 장교들을 포함시켜 훈련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중단을 요구한 것은 한·미훈련자체이지 세부적인 작전내용은 아니다”며 “예정대로 실시하되 일부 조정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