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北 변화 뒤엔 中 보이지 않는 손?

입력 2014-02-17 02:31 수정 2014-02-17 15:27
韓美훈련에도 ‘상봉 수용’ 배경 주목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기존 벼랑 끝 전술을 버리고 겉으론 ‘통 큰 양보’를 내세우면서 우리 정부의 원칙적 대응을 받아들인 이면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의 대북노선이 기존의 ‘무조건적 전폭 지원’에서 ‘국제적 압박 대열 동참’ 쪽으로 바뀌자 북한이 변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유일한 기댈 ‘언덕’인 중국이 남북관계 변화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매년 이맘때쯤이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전면전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2월 3차 핵실험을 필두로 대남 강경대응 전술을 펴며 한반도 정세를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으로 몰아넣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정례 군사연습을 미룰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자 완전히 물러섰다.

그동안 박근혜정부는 한·미동맹 강화에만 몰두한 이명박정부와 달리 ‘미·중 동시 중시’ 외교 전략을 펴 왔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베이징 방문 때 시 주석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양국의 대북 전략을 근접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후 중국은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에 훨씬 더 적극 동참했다. 중국을 통한 거래금지 품목들의 북한 왕래를 완전히 차단하는가 하면 북한 최고지도부의 숨겨진 비자금까지 동결할 정도였다. 시 주석은 지금까지 북한 체제 공고화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방중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달라지자 북한은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중국의 새로운 대북 전략 효과가 김 제1비서 집권 초기였던 지난해보다 올 들어 훨씬 강해지면서 북한으로서는 외교적으로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체 무역수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지원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실하게 줄어들고 양측 관계도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관계는 북한과는 정반대로 더욱 밀착되는 양상이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박근혜정부 들어 중국과의 관계가 상당히 좋아졌다”면서 “이런 대중국 외교정책이 한반도 주변국,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서 구체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