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학 실습기업을 가다] 독일본부 위르겐 헤르츠 고문 인터뷰
입력 2014-02-17 02:31
“獨선 교사가 일방적으로 가르치기만 하면 해고”
“교육 첫날 사무실에서 각자 스마트폰 게임만 하던 학생들이 어느새 팀을 이뤄 업무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모두 실습기업 활동으로 일어난 변화입니다.”
실습기업 독일본부 위르겐 헤르츠(68) 고문은 한국 학생들의 열정을 높이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군산대 실습기업 지도를 위해 방한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명동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 학생을 만나보니 독일 학생과 다른 점이 있었나.
“크게 다르진 않은데 적극성이 좀 부족했다. 교육과정의 차이 때문이라고 본다. 한국에선 교사가 앞에 서서 가르치지만 독일에서 그렇게 했다간 교사가 해고당한다. 독일은 학생 중심으로 가르친다.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시간이 최소 1시간은 돼야 한다. 한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실습기업센터 교수들에게 이 점을 우선 강조했다.”
-독일 공교육에서 실습기업의 역할은.
“독일 실습기업은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직업학교 실습기업 프로그램과 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또 출산·양육 휴직자가 재취업을 원할 경우 노동부가 직업학교를 소개해준다. 이 교육에 실습기업 과정이 포함된다.”
-실습기업 활동의 특징은.
“실습기업은 철저한 실무 위주다. 군산대 실습 첫날에는 기업을 처음 설립할 때와 똑같이 기본적인 사무 기자재 구매부터 공동 과제로 제시했다. 또 실습기업 킨텔이 독일 실습기업에서 데스크톱 1000대를 주문받은 적이 있다. 한 학생이 ‘재고가 없어 못 팔겠다’고 해서 내가 ‘그럼 어떻게 해야겠나’라고 물었다. 그 학생은 ‘은행에 가면 된다’고 답했다. 그래서 실습기업 중앙은행에 독일 고객으로부터 1000대 주문을 받았다고 지불 확약을 하게 한 뒤 공장에서 추가로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실습기업을 통해 학생들의 변화가 있었나.
“팀워크가 많이 향상됐다. 첫날에는 모두 자기 자리에 앉아 컴퓨터만 보고 있었다. 실습기업 과정에서 원활한 팀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부서를 옮기고 싶은 학생이 있다면 해당 부서에서 직접 면접을 진행하게 했다.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과정이어서 실제 입사 면접처럼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기업이 어떤 인재를 뽑고 싶어 하는지 깨닫는 기회가 됐으리라 믿는다.”
-실습기업이 향후 한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남북통일 과정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현재 독일 실습기업은 500여개인데 독일 통일 직후인 1990년대 초에는 1000개가 넘었다. 독일 기업들이 옛 동독 주민의 사회통합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다. 이는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 실습기업은 최소 비용으로 북한 주민에게 자본주의 기업문화를 익히게 하는 최선의 방안이다.”
글·사진=조성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