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항일 의병장 후손’ 피겨 싱글 銅 데니스 텐
입력 2014-02-17 01:35
금메달보다 더 빛나는 동메달이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항일 의병장 후손인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선수 데니스 텐(20·카자흐스탄)이 값진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텐은 14∼15일(한국시간) 피겨 남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합계 255.10점을 얻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카자흐스탄이 소치올림픽에서 따낸 첫 메달이다. 아울러 카자흐스탄이 역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따낸 첫 메달이기도 하다.
텐의 몸속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는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 선생의 고손자다. 1907년 8월 일제가 원주진위대를 해산하려 하자 민 선생은 300여명의 병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켰다. 민 선생은 충주지방 탈환 전투를 벌이는 등 홍천과 춘천, 횡성, 원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전공을 세웠다.
민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바로 텐의 할머니다. 텐은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며 자신의 뿌리에 자긍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어머니 권유로 다섯 살 때부터 카자흐스탄의 야외 링크에서 피겨를 시작한 텐은 추위 때문에 바지를 세 겹이나 입어가며 기술을 익혔다.
2010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에번 라이서첵의 코치인 프랭크 캐럴의 지도를 받은 텐은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텐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