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피겨 새 시대 열렸다”… 日 ‘하뉴앓이’

입력 2014-02-17 01:35

‘하뉴 유즈루’ 아시아 최초 男싱글 金… 열도 흥분

일본 열도가 하뉴 유즈루(19)의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금메달에 열광하고 있다.

하뉴는 지난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89.66점과 예술점수(PCS) 90.98점, 감점 2점 등으로 178.64점을 얻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101.45점을 더해 280.09점을 기록한 하뉴는 우승 후보 패트릭 챈(캐나다·275.62점)을 제치고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남자 싱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뉴의 금메달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에서 피겨 여자 싱글의 아라카와 시즈카 이후 일본이 8년 만에 따낸 금메달이기도 하다.

일본 언론은 16일 “햐뉴의 새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황제의 군림”이라고 대서특필했다. 하뉴가 4년 후 23세의 나이로 도전할 평창올림픽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표명했다. 실제로 하뉴는 ‘토털 패키지’로 불리는 김연아처럼 점프 완성도와 표현력이 뛰어나 당분간 세계 정상에 군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피겨 황제’로 불리던 예브게니 플루셴코가 은퇴하는 동시에 하뉴가 정상에 오르자 해외 언론은 남자 피겨의 세대 교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1994년생인 하뉴는 현재 일본 와세다대 인간과학부에 재학 중이다. 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곱상한 외모에 곰돌이 푸우 마니아로 알려져 있지만 링크에서는 말 걸기도 어려운 악바리로도 유명하다. 3·11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 피해를 입은 센다이 출신인 그는 당시 시내 링크에서 연습하다 스케이트화를 신은 채 대피했고, 피난생활을 직접 경험했다. 자신이 훈련하던 링크가 무너지는 바람에 전국 각지를 돌며 연습하기도 했다.

누나의 영향으로 네 살 때 스케이트를 처음 접한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1년 만에 일본 노비스 피겨선수권에서 우승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아사다 마오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트리플 악셀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0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주니어 무대를 석권한 그는 시니어 무대에 올라와서도 2012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받으며 일본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각광받았다. 특히 2012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김연아의 옛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와 함께 훈련하면서 기량이 더욱 좋아졌다는 평가다. 오서의 지도로 약점이던 체력을 강화하고, 오서의 인맥인 데이비드 윌슨과 트레이시 윌슨이 각각 안무와 기술 코치를 맡은 프로그램을 몸에 익혔다. 과거 김연아 사단과 함께하자 한국 피겨 팬들은 그를 ‘남자 김연아’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마침내 그는 지난해 12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1위에 오르며 화려한 스타탄생을 예고했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