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모드’ 남북관계] 대북정책 靑 전면등장, 추진력은 있는데 안 풀리면 부담
입력 2014-02-17 01:31
박근혜정부 출범 첫 해 대결과 탐색을 반복하던 남북 관계가 지난 14일 고위급 접촉 합의 타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화 모드로 전환하게 됐다. 특히 청와대가 최일선에 나서 북한과 직접 소통하고 합의까지 이끌어내면서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본격 가동시킬 명분을 얻었다는 의미도 있다. 반면 향후 남북관계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청와대가 직접 떠안아야 한다는 부담은 또 다른 숙제로 등장했다. 청와대의 전면 부상에 따른 명암(明暗)도 극명하게 드러날 전망이다.
◇전면에 등장한 청와대, 대북정책에 힘 실린다=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남북 대화에까지 전면에 나서 남북 간 신뢰 구축의 실마리를 푼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실행할 수 있는 청와대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정점으로 하는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간 소통은 앞으로 정례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른바 최고위급 ‘핫 라인’ 성격을 지닌 남북 양측의 직접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실무접촉을 비롯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던 기존 남북 대화 채널과 현안이 고위급 접촉 정례화를 계기로 일시에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고 강조해 왔던 이산가족 상봉 이행 합의를 계기로 일정 수준의 신뢰가 생기면서 앞으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한층 과감한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향후 남북관계 논의 방향은=남북관계는 일단 양측의 상호 관심사에 대한 본격 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북한은 2차 고위급 접촉에서 ‘통 큰 용단’을 내렸다고 주장하는 만큼 앞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본격적으로 펼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의 우선 요구 사항은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금지한 5·24조치 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관계 개선 차원에서 사회·문화 교류 및 경협 확대를 제의하는 식으로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반면 우리 측은 남북 관계 개선의 대전제인 북핵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강조할 방침이다. 또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문제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도 어떤 식으로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15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이런 문제를 포함한 향후 대처 방안, 북한의 대화 공세 의도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부상 부작용은 없나…갈수록 위축되는 통일부=청와대가 남북대화를 주도하면 현 정부 대북정책의 추동력은 한층 배가되겠지만, 남북 관계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단순한 집행부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대북정책의 재량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는 통일부는 앞으로 청와대 지시에 따라 실무 사안만 처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개성공단 사태, 남북 당국회담 무산을 계기로 청와대의 목소리는 한층 커졌다. 지난해 개성공단 남북회담 당시 우리 측 수석대표였던 서호 전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의 전격 교체, 최근 천해성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경질 등에서 보듯이 통일부의 존재감은 희미해진 상태다.
일각에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설 경우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일선 부처가 남북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일선 부처에서 일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그 다음 단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6일 “이제부터라도 청와대가 입장을 전달하면 주무 부처가 남북 대화의 전면에 나서는 쪽으로 맞춰나가야 한다”며 “주무 부처가 책임지는 틀을 마련해야 회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앞으로 남북대화 채널을 2개로 나눌 필요가 있다”며 “하나는 고위급 접촉 같은 남북 간 최고지도자 간의 핫라인이고, 일반적인 대화는 통일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남혁상 모규엽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