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사실 ‘뿌리’ 흔들려 1심 재판부 무죄 선고

입력 2014-02-17 02:31

공무원 간첩사건과 재판 과정

중국 정부가 위조됐다고 알려온 증거로 검찰이 입증하려 했던 것은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34)씨가 북한 보위부에 체포돼 간첩으로 포섭되는 과정이다. 유씨가 받았던 모든 간첩 혐의의 발단이 되는 것으로 ‘공소사실의 뿌리’에 해당한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유씨는 2006년 5월 23일 어머니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같은 달 27일 중국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지는 검찰과 유씨의 주장이 일치한다. 이후 유씨의 행적에 대해 설명이 엇갈린다. 검찰은 유씨가 27일 재차 북한으로 넘어가 대남공작임무를 받고 6월 초 중국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유씨 여동생의 진술을 증거로 제시했다. 여동생은 최초 국가정보원 조사 당시 “2007년 7월 하순에 유씨가 보위부에 끌려가 공작원으로 포섭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조사에서 여동생은 그 시기를 2006년 5월 하순으로 번복했다. 반면 유씨는 북한으로 다시 들어간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유씨 측이 요구한 북·중 출입경 기록은 증거로 내지 않았다.

검찰의 주장은 유력한 증거였던 유씨 여동생의 진술이 흔들리면서 무너졌다. 검찰은 여동생의 진술을 토대로 유씨가 2012년 1월 22~24일 북한에 머물렀다고 주장했지만 유씨는 당시 중국 옌지에 있었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유씨의 간첩 포섭 시기를 번복한 것도 납득되지 않았고 일부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도 있었다. 1심 재판부는 여동생의 진술 전부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지난해 8월 선고에서 유씨의 간첩 포섭 과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탈북자 명단을 북한에 넘기는 등의 간첩 혐의에 대해서도 유씨는 같은 이유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유씨의 최초 간첩 포섭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새롭게 북·중 출입경 기록을 제출했다. 1심에서 인정받지 못한 여동생 진술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록이 위조된 것으로 중국 당국이 확인한 이상 검찰이 향후 재판에서 유씨의 간첩 포섭 과정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