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빅토르 안 VICTORY!… 韓 보란듯이 8년 恨 딛고 ‘황제’ 복귀
입력 2014-02-17 01:34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두 팔을 치켜들고 환호했다. 그리고는 곧장 코치석으로 달려가 러시아 코치를 얼싸안았다. 이어 빙판 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흐느꼈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 좌절과 러시아 귀화까지 지난 8년간의 마음고생이 뇌리를 스친 듯했다. 빙판에 입은 맞춘 안현수는 러시아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았다. 관중석에선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57)씨가 눈물을 쏟았다.
안현수는 15일(이하 한국시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선에서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2006 토리노올림픽 이후 8년 만에 따낸 금메달이자 러시아 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이다. 토리노올림픽 당시 1000m와 1500m, 5000m 계주를 석권하며 3관왕에 오른 안현수는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최초로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안현수는 22일 새벽 500m와 5000m 계주 결선에 출전한다. 이번 시즌 500m 세계 랭킹 1위인 안현수는 계주에서 동료들이 잘 받쳐주면 8년 만에 3관왕을 재현할 가능성이 높다. 안현수는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안현수는 “부상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지 않아 최대한 좋은 환경을 찾아 러시아로 왔다”며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줘서 뜻 깊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현수의 선전으로 러시아는 ‘쇼트트랙 강국’으로 떠올랐다. 소치올림픽 이전까지 러시아는 쇼트트랙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1000m에서 금메달, 은메달(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을 석권하며 16일 현재 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안현수는 은퇴 후 러시아 대표팀 코치로 활동할 예정이다.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계속 살 것인지, 박근혜 대통령의 귀화 관련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묻자 “올림픽이 끝난 뒤 다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