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우승 후보 메달 앗아간 최악 빙질… 김연아 ‘얼음 주의보’

입력 2014-02-17 01:36

소치올림픽에 ‘얼음 주의보’가 내려졌다. 확실한 메달리스트로 꼽히던 선수들이 빙질이 좋지 않은 스케이트장에서 넘어져 탈락하는 장면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함께 열리는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가 문제로 지적된다. 오는 20, 21일 여자 싱글에 출전하는 ‘피겨 여왕’ 김연아에게는 괜찮을까.

지난 15일(한국시간)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남자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점프 후 착지를 하다 넘어지는 실수를 연발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선수들조차도 자주 엉덩방아를 찧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101.45점으로 남자 싱글 세계신기록을 세운 하뉴 유즈루(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뉴는 쿼드러플 살코 점프와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엉덩방아를 찧어 큰 감점을 받았고, 3연속 컴비네이션 점프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경기 내용은 무척 아쉬웠다. 하뉴와 1위를 다투던 패트릭 챈(캐나다)도 점프에서 엉뚱한 실수를 연발하며 은메달에 그쳤다.

쇼트트랙에서도 충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원래 쇼트트랙이 변수가 많은 종목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실력 있는 상위권 선수들이 넘어지는 바람에 뒤처져 있던 하위권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승희가 동메달에 머문 여자 500m에서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획득한 리지안루(중국)는 세계 랭킹조차 없는 선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 쇼트트랙 대표팀 사이에선 “넘어지지만 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박승희는 빙질에 대해 “얼음이 너무 깊게 파여서 스케이트 날이 잘 걸리기 때문에 선수들이 추월하다가 넘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래 쇼트트랙은 약 4㎝의 얼음 두께에 딱딱해야 좋고, 피겨는 약 5㎝에 약간 무른 것이 좋다. 성격이 다른 두 종목을 한 경기장에서 치르기 때문에 빙판을 신속히 바꿔야 한다. 경기장 용도를 바꾸는 데는 대략 30분에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2006 토리노올림픽 때부터 예산 문제로 두 종목을 한 경기장에서 치르는 추세이지만 이번 대회는 관리부실로 최적의 빙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실제로 쇼트트랙 경기 시작 전 열렸던 피겨 단체전에선 많은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펼쳤다.

김연아는 16일부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공식 훈련에 들어갔다. 김연아는 연습 링크에서 첫 훈련을 한 후 “그다지 좋아하는 빙질은 아니다”고 했지만 점프를 실수 없이 해냈다. 이번 대회 피겨 심판 13명에 포함된 고성희 심판은 “김연아는 워낙 기본기가 튼튼하고 점프가 안정적인 만큼 경기장의 빙질에도 금방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