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심석희 “두 번 실패는 없다… 내일은 활짝 웃을 것”

입력 2014-02-17 03:31


쇼트트랙 1500m 아쉬운 銀 1000m·3000m 계주서 金 획득 별러

마냥 착해 보이는 ‘차세대 쇼트트랙 여왕’ 심석희(17·세화여고)가 독을 품었다.

심석희는 15일(한국시간) 소치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뒤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대회전부터 ‘피겨 여왕’ 김연아(24),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와 더불어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기 때문에 낙담이 커 보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외신들도 1000m와 1500m 세계랭킹 1위인 심석희를 ‘금메달 0순위’로 거론했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컸던 탓일까. 심석희는 소중한 은메달을 따고도 풀이 죽어 태극기도 흔들지 않았다. 시상대에서도 기뻐하는 기색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쇼트트랙 ‘차세대 여왕’으로 불리고, 독한 승부사로 통하는 그에게선 1등을 내줬다는 분통함이 느껴졌다.

심석희는 1500m 결승전에서 막판까지 레이스를 주도했지만 마지막에 코너를 파고든 저우양(23·중국)을 막지 못해 다 잡았던 금메달을 놓쳤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심석희에게 적수는 없는 듯했다. 심석희는 스타트와 함께 4위로 달리다 10바퀴를 남겨두고 선두와 2위를 오갔다. 이후 6바퀴부터 1위로 올라갔던 그는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두고 저우양의 ‘영리한 몸싸움’에 밀려 역전을 허용했다. 저우양은 2분19초140, 심석희는 2분19초239였다.

4년 전 밴쿠버올림픽 1500m 결선에서 한국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은 이은별 박승희 조해리 3명이 이름을 올리고도 저우양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하필이면 심석희는 이번에도 저우양을 막지 못하고 마지막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심석희는 이날 경기를 거울삼아 나머지 경기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미 그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이끌어 갈 선수로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렸다. 심석희는 18일 3000m 계주와 22일 1000m에서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신장 1m73의 심석희는 소문난 ‘연습 벌레’다. 재능과 노력을 겸비했고,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 운영 능력도 향상됐다. 경기장 밖에서는 말 한마디 꺼내기도 조심스러워하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수줍음이 많지만 빙판 위에만 서면 광폭질주를 하는 ‘포커페이스’와 대범함을 갖췄다. 그는 “남은 경기에 다시 집중해 반드시 좋은 소식을 전할 것”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