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헤게모니 지키려는 주류-레임덕 불사하는 비주류… 與 내부갈등 핵심은 차기 대권

입력 2014-02-17 03:31 수정 2014-02-17 15:57
새누리당 내부에서 6월 지방선거와 당 대표·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계파갈등이 증폭되는 것은 차기 권력의 향배와 연관이 깊다. 저마다 2017년 대선을 바라보는 가운데 당내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는 주류와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불사하고서라도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려는 비주류 간 충돌이 조금씩 표면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력한 예비 대권후보를 품고 다음 대선을 향해 달려갔던 과거와 다르게 새누리당에는 현재 독보적인 차기 주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박 대통령 등이 ‘대세론’을 구가하고 그와 맞물려 당내 역학구도가 짜이면서 발생했던 갈등과 현재 상황은 본질이 다르다는 의미다.

해묵은 친박(친박근혜)계·친이(친이명박)계 갈등은 양측에서 각각 대통령을 배출한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선에 대비해 언제든 새 인물을 내세울 수 있도록 당 안팎의 정치토양을 조성하려는 힘겨루기가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추후에 ‘자기 쪽’ 차기 주자가 당내 갈등으로 상처를 입지 않고, 당의 높은 지지율도 등에 업은 뒤 대선 본선으로 직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석이다.

지방선거 승패의 시금석으로 표현되는 서울시장 선거에 대비해 친박 주류가 미국에 체류 중인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다. 정몽준 의원이 박원순 현 시장을 꺾고 당선되는 상황을 주류가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비주류인 정 의원이 단숨에 대권주자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아직 공개적으로는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뒤에는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같은 당내 차기 주자가 현재권력을 공격하는 것은 레임덕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연일 “박심(朴心)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비박근혜계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차지하고 남경필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도 친박 주류가 껄끄러워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청 갈등이 시작되면서 이 역시 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지고, 친박 쪽에서 차기 대권주자를 내세우지도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갈등 이면에는 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지독한 비주류 생활을 겪었던 친박의 원초적인 공포도 감지된다.

반면 비주류 측에서는 친이계를 중심으로 연일 세 결집에 나서는 모습이다.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의원이 지난 15일 부산에서 개최한 출판기념회에는 김기현 정책위의장을 비롯해 정의화·이군현·김성태·나성린 의원 등 친이 또는 소장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무성·남경필 의원도 자리를 지켰다. 박 의원은 당내 경쟁자인 친박 핵심 서병수 의원을 공개 비판해 박심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다.

전당대회 개최시기 문제로 계파갈등은 본격적으로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최고위원회의는 17일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대 시점을 지방선거 이전 실시를 주장하는 비주류 주장을 묵살하고 ‘8월 18일 실시’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계파갈등은 16일에도 노출됐다. 서울 중구 당협위원장 인선을 놓고 주류가 지상욱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을 밀고 있다는 얘기가 무성한 가운데 친이계 나경원 전 의원을 지지하는 중구 당원 200여명이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항의집회까지 열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