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부흥의 현장 ‘남미 교회’를 가다] ④ 네스토르 미게스 목사가 전하는 아르헨 상황

입력 2014-02-17 01:32


개신교 인구, 전체 10%… 40년간 5배 성장

아르헨티나개신교연맹(FAIE) 의장 네스토르 미게스 목사는 지난 10일 오전 라틴아메리카의 신학과 교회를 이해하는 키워드를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고 소개했다. 해방신학자이며 감리교 목사인 그는 남미의 대표적 해방신학자 호세 미게스 보니노(1924∼2012) 교수의 아들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FAIE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먼저 아르헨티나의 종교 분포에 대해 설명했다.

네스토르 목사는 아르헨티나인의 75%가 가톨릭 신자이고 무신론 11%, 개신교 10%, 이슬람과 불교, 아프리카 종교 등 기타 종교 4%라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 중 15% 정도가 매주 성당 미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개신교인 비율은 브라질 신학자들이 추산한 6%보다 배 가까이 많았다. 40년 전 가톨릭 신자가 인구의 98%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아르헨티나 개신교는 지난 40년간 5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개신교인에는 장로교와 감리교, 침례교, 오순절교회(하나님의 성회) 등 전통적 교회의 교인은 물론 신은사운동 그룹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교파 교인도 포함됐다.

네스토르 목사는 남미의 신학과 교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남미 대륙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 그리고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루는 통합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독교 전래 당시 한 민족, 한 언어, 한 문화를 가지고 있던 한국과 달리 유럽 국가의 정복 당시 남미에는 500∼600개의 다른 언어와 종교, 역사성이 존재하고 있었다”며 “여기에 포르투갈과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여러 지배국의 문화와 종교가 한 대륙에서 부딪혔다”고 설명했다. 또한 “20세기부터 본격화된 이민 행렬도 남미 신학과 교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식민지 시대 이후 기독교라는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옷 안에는 여러 다양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남미 해방신학은 이 같은 문화, 종교적 다양성 위에 빈곤, 억압, 불평등, 문맹, 실업 등 사회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탄생했다는 것이 네스토르의 해석이다. 그는 “유럽은 신학과 사회학이 서로 분리돼 있었지만 유럽의 신학이 남미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 등의 문제와 만나면서 통합과 적응력을 가진 새로운 신학(해방신학)을 만들어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최근 아르헨티나 개신교의 성장은 신은사운동과 번영신학의 영향력에서 대부분 비롯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 네스토르 목사는 “해방신학은 철저한 종말론적 신학으로, 미래에 이뤄질 완전한 생명과 정의를 위해 저항하고 투쟁하자는 참여적 신학”이라며 “하지만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아들이 고열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는 혁명의 시간이 영원처럼 너무 멀게만 느끼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에 손을 얹은 목사의 ‘기도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과 해방신학자의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풍요로운 생명을 위해 함께 투쟁하자’는 말 앞에 아르헨티나의 국민들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고 그는 되물었다.

하지만 브라질을 제외한 남미 국가에서 신은사 세력 등 신흥 그룹이 정치 권력화되지는 못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신은사운동 지도자들이 선거에 나섰다가 교단 교인 수보다 더 적은 표를 얻기도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글·사진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