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안현수 금메달에 빙상계 십자포화… 화난 네티즌 폭로전 조짐도

입력 2014-02-16 18:03 수정 2014-02-16 22:23


[친절한 쿡기자] 빙상계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십자포화를 맞고 있습니다.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가 올림픽 금메달을 대한민국이 아닌 새 조국 러시아에 선사하면서 마치 독화살이 빙상계로 꽂히고 있는 형국입니다. 파벌싸움과 구타사건 등 과거 논란이 다시 들춰지고 선수 생활을 억울하게 포기한 사례를 고발하는 폭로전 조짐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16일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SNS에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향한 비난과 항의가 가장 많이 빗발쳤습니다.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결심으로 이어진 대표팀의 파벌 싸움과 소속팀 성남시청의 해산 과정에서 연맹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연맹 홈페이지는 안현수가 금메달을 확정하고 바닥에 엎드려 경기장에 입을 맞춘 15일 오후 10시쯤부터 우리 네티즌의 항의성 방문이 폭주하면서 다운됐습니다. 홈페이지는 하루를 넘겨서도 복구되지 않았죠. 특히 전명규(51) 연맹 부회장은 2010년 안현수의 부친인 안기원(57)씨가 말했던 “전횡을 일삼은 연맹의 인사 중 한 명”으로 알려지면서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뭇매의 주역이 됐습니다.

후폭풍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안현수의 귀화 과정을 뒤늦게 파고든 네티즌이 늘어나면서 과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가 잠잠해진 빙상계의 각종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2004년 여자선수 구타 파문 당시 대표팀을 함께 지휘했던 최광복(40) 현 여자대표팀 코치와 김소희(38) MBC 해설위원이 대표적이죠. 당시 대표팀 선수들이 연맹에 제출한 진술서에는 “아이스하키 채로 맞아 멍이 들었다”거나 “체벌 중 쓰러져도 계속 때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 같은 충격적인 내용이 10년 만에 다시 공개되면서 김 코치의 경질과 김 해설위원의 방송 하차를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까지 나왔습니다.

자녀나 지인이 파벌 싸움에 휘말려 선수 생활을 억울하게 포기했다는 폭로도 쏟아졌습니다. 선수를 포기한 사례에는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의 이야기도 있었죠. 기득권을 가진 코치의 지도를 받아야 소규모 대회 출전권이라도 받을 수 있는 빙상계의 관행에 반발하다 딸이 선수의 길을 포기했다는 한 학부모의 폭로는 유명 커뮤니티사이트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연령만 다를 뿐 같은 이유로 선수를 포기한 사례를 지금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여론의 일방적 매도를 경계하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각자의 진술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 파벌 논쟁의 특성상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죠. 김연아(24)를 비롯해 아직 소치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에게 상처를 안겨주면 경기력만 저하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림픽 기간보다는 폐막 이후 진상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쪽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지적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