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선수가 고통 겪는 하지정맥류 어떤 병이길래…
입력 2014-02-17 01:37
다리 꼬지 말고 서서 일할 때 자주 움직이세요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 500m 경기 2연패의 주인공, 이상화(25) 선수가 평소 심한 하지정맥류 때문에 고통을 겪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혈이 심장 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허벅지나 종아리 부위에서 역류해 일명 푸른 핏줄이 피부에 도드라지는 혈관기형 질환이다. 미용 상 보기가 흉할 뿐 아니라 조금만 걷거나 서있어도 다리가 붓고 통증과 피로감을 느끼게 돼 문제가 된다. 또 다리가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느낌, 무거운 느낌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자주 쥐가 나는 사람도 있다.
정맥에는 혈액의 역류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 즉 판막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정맥류는 이 판막이 고장나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서 허벅지나 종아리 일부 혈관에 고인 혈액이 발끝에서 새로 올라오는 혈액과 뒤섞이며 소용돌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보통 장시간 앉은 자세 또는 선 채로 일하는 사람들, 특히 30, 40대 중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사와 이·미용사나 백화점·마트 직원, 식당 종업원 등이 그들이다.
그런데 건강미 넘치는 ‘말벅지’를 가진 방년 25세의 이상화 선수에게 하지정맥류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스케이트 운동 특유의 자세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정맥류 전문가들은 이 선수의 경우 강도 높은 운동으로 남달리 발달한 다리 근육이 혈관을 계속 압박하게 됐고, 이 때문에 다리 정맥압이 높아져 정맥류를 일으켰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트는 기본적으로 하체 운동량이 많고 다리를 올리고 쉴 수 있는 자세가 거의 없는 운동에 속한다. 그리고 속칭 제2의 심장으로 비유되는 발목의 펌프운동 역시 발목을 굽혔다 펴는 자세보다는 발목을 좌우로 밀어내는 자세를 많이 취한다. 이렇듯 발목관절을 굽혔다 펴는 각도가 제한되면 다리에 정맥혈이 정체되기 쉽다.
폴더를 접듯이 허리를 절반 가까이 굽힌 상태에서 달리는 스케이트 선수 특유의 자세가 문제를 일으켰을 수도 있다. 허리를 많이 굽힌 자세로 스케이트를 타면 복압이 올라가고, 그로 인해 사타구니 정맥(대복재정맥)이 압박을 받게 돼 정맥혈이 역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연세에스병원 심영기 원장(성형외과전문의)은 “이상화 선수 어머니가 밝혔듯이 하지정맥류가 종아리에서 시작돼 허벅지까지 올라왔다면 허리를 많이 접는 스케이트 운동을 반복함에 따라 소복재정맥(오금정맥)은 물론 대복재정맥(사타구니정맥)의 판막에도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치료는 어떻게 할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불거진 핏줄의 굵기와 위치에 따라 혈관경화요법, 혈관 내 레이저요법, 냉동요법, 정맥절제술 등이 있다.
혈관경화요법은 주사로 알코올 경화제를 투입해 문제의 혈관을 없애는 방법이다. 출혈이나 흉터에 대한 부담이 없으며 2∼3주 간격으로 적게는 2회, 많게는 4회 정도 반복 시술한다. 혈관레이저수술은 레이저로 혈관을 지지는 방법, 냉동요법은 문제의 혈관을 얼려서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어느 경우든 시술시간은 1시간 내외, 대부분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단, 운동은 일정기간 안정을 취한 다음에 해야 한다. 그 후엔 운동선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운동 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심부정맥)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정맥류가 생기는 허벅지의 대복재정맥과 오금의 소복재정맥은 주로 피부와 피하 지방조직에 혈액을 공급하는 표재정맥들이다. 다리 쪽 혈류는 이들 표재정맥에 약 5%, 나머지 95%는 근육을 먹여 살리는 심부정맥을 타고 흐른다.
심 원장은 “병원에서 이뤄지는 하지정맥류 치료는 표재정맥의 혈류를 차단하고 우회시켜주는 시술이라 운동 능력에 영향을 주는 근육의 힘이나 혈류엔 전혀 지장을 주지 않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정맥류는 한 번 발생하면 절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예방을 위해선 평소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자세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를 꼬지 말고, 서서 일할 때도 다리 혈액순환을 위해 조금씩, 자주 다리를 움직여 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과체중은 심장과 동·정맥계에 모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체중조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심 원장은 “꽉 조이는 옷이나 신발도 정맥혈의 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