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치료, 퇴행성관절염 환자에 ‘희망’

입력 2014-02-17 01:37


무릎이 아파 2년 전 서울 서초구 효령로 연세사랑병원에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주부 김옥희(가명·70·서울시 관악구)씨는 요즘 걸을 때마다 살맛이 난다. 무릎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은 물론 밤에는 잠까지 설쳐야 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은 새로운 세상을 만난 듯하다. 이게 다 줄기세포 치료 후 무릎 통증이 줄고 관절 기능도 눈에 띄게 회복된 덕분이다.

김씨는 5년 전 무릎 통증이 심해 동네 정형외과 병원을 찾았다.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그에게 무릎 퇴행성관절염이 말기 단계에 이르러 달리 치료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수술을 받기가 두려웠다.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대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끝에 지난 2012년 1월, 관절경을 이용한 줄기세포 주입 치료법을 알게 됐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통증이 없어져 걷기에 무리가 없었다.

최근 김씨는 병원을 다시 찾았다. “과거 다 닳아 사라졌던 연골이 그 사이 꽤 많이 되살아났습니다.” 관절경으로 무릎 관절 속을 살펴본 의사의 판정에 김씨는 기분이 날아갈 듯 했다.

줄기세포 치료가 65세 이상 고령의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임상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과 조승배 부원장 연구팀은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자가 지방줄기세포 주입 시술을 받은 65세 이상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30명의 회복 정도를 최근까지 평균 2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이들은 상태가 심해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 방법을 택했다.

그 결과 30명 중 김씨를 포함한 23명의 통증 수치(VAS 점수)가 시술 전 4.7점에서 시술 후 1.7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비율로 따지면 10명 중 7명 남짓 꼴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이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주입 시술 1, 2년 후 각각 관절경 검사를 통해 이들의 무릎 관절 속에 연골이 얼마나 재생됐는지도 확인했다. 줄기세포 시술 1년 후 조사 대상 환자의 62%에서 퇴행성관절염으로 손상됐던 연골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87.5%는 2년 뒤 재검사에서도 연골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잘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줄기세포 치료가 중증 퇴행성관절염의 마지막 치료 수단으로 여겨온 인공관절 치환수술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치료가 70세 이상 고령의 퇴행성관절염 환자들 중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합병하고 있어 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이 큰 경우에 더욱 유용한 치료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의학계에선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진 상태의 말기 단계 퇴행성관절염을 극복하기 위해선 인공관절 치환수술 외엔 대안이 없다는 게 정설이었다. 특히 고령의 중증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경우 인공관절 치환수술이 유일한 해결책인 듯이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인공관절 치환수술은 완벽한 치료법이 아닌데다 합병증 발생위험이 있다. 더욱이 인공관절의 수명은 15년 안팎에 불과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90세 이상 살게 되는 고령화 시대에선 불가피하게 재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70세에 수술을 했다가 85세쯤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재수술은 수술 후 염증, 운동제한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을 높여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고령의 중증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이 대부분 인공관절 치환수술을 꺼리는 이유다.

연구팀은 “줄기세포 치료는 부작용을 우려해 어르신들이 꺼리는 인공관절 치환수술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유럽 슬관절 및 스포츠의학회의 공식 학술지 ‘KSSTA’ 최신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