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를 위하여-학교 떠난 아이들을 품자]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에 들어 본 ‘위기 청소년’ 해법
입력 2014-02-17 01:36
“대안학교 같은 완충지대 필요… 전문성·열정은 필수”
조벽(58) 동국대 석좌교수는 학교이탈 청소년을 ‘탈(脫)학교 난민’이라고 부른다. 아이들 처지가 오갈 데 없는 국제난민과 흡사하다는 이유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난민에게 안식처를 주고 보호하듯 학교이탈 청소년을 최소한 난민 수준에서라도 품어줘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조 교수에게 학교이탈 청소년 문제의 해법을 들어봤다. 미시간대 교수를 지냈고 교수법의 대가로 알려져 있는 그는 한때 부산서부교육지원청 위(Wee)센터를 위탁 운영한 적이 있을 만큼 위기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사무실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학교를 그만뒀다가 후회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돌아오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소속감을 원한다. 가정과 학교에서 밀려나 학교 밖에서 이를 충족하려 한다. 위험한 일이다. 또래범죄 집단을 형성할 수도 있고 어른집단에 속해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여자는 성적착취를 당할 수 있다. 청소년은 학교에서 소속감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 학교는 상처받고 떠난 아이들이 돌아오기 두려운 장소다. 상처를 어루만지기는커녕 상처를 들쑤셔댄다. 눈빛만으로 다시 상처받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을 다루는 일은 의료행위와 비슷하다. 상처에서 피가 흐르는 아이들에게 일단 지혈을 해주고, 피가 멈추면 상처를 치료하고 재활 치료를 한다. 대안교실·대안학교 같은 완충지대가 필요한 이유다. 전문성과 열정은 필수다.”
-대안학교, 대안교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이런 정책은 학교 밖에서 들어오려는 아이들,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들이 동시에 혜택을 받는다. 학교 전체가 사는 길이기도 하다. 한두 명만 말썽을 피워도 반 전체가 다 망가진다. 그러나 문제행동을 다루는 일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담당하는 교사들이 순식간에 지쳐버린다. 교장·교감뿐 아니라 교사 전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문제아 수용소가 돼 버린다. 대안학교 형태도 다양화되어야 한다. 10대 미혼모 대안학교처럼 비슷한 또래끼리 묶는 식이다.”
-이탈 학생들의 학교 복귀를 도우려면 교사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
“아이들은 학교에 복귀할 때 밖의 경험을 갖고 들어온다. 심한 가정폭력과 이혼, 노숙생활 등은 대개 선생님이 모르는 세계다. 아이들은 교사 훈육에 공감하지 못하고 교사들도 아이들과 교감하지 못한다. 교육부가 이 간극을 메워보려고 교사 연수를 진행하지만 부족하다. 교사는 아이들의 경험을 압도하는 능력자여야 한다. 체계적인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교대와 사범대의 교육 과정을 개선해야 한다. 수석교사와 3∼4년차 교사 두 그룹을 대상으로 모두 670명을 설문조사한 적 있다. 공통적으로 대학에서 교과 지식을 필요 이상으로 배웠다고 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다루는 노하우는 별로 배우지 못했다고 했다.”
-가정적 요인도 많다.
“자살한 아이들의 부모는 예외 없이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한다. 감정을 억제하고 공부하도록 강요받으니 당연하다. ‘힘들어요’라며 감정을 표하면 무시되거나 야단맞으니 입을 닫는다. 이러면 애착손상도 심각해진다. 안정적으로 정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커서 자녀들도 애착손상으로 만들어버린다. 애착손상의 대물림이다. 아이가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 화초를 자주 옮겨 심으면 금방 죽어버리듯 아이들도 애정 없는 사람들 손에 여기저기 맡겨지면 제대로 크지 못한다. 부모가 자주 자녀들과 함께 놀아야 한다. 놀이 안에는 실패와 성공 그리고 도전과 응전, 좌절과 극복이 들어 있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교류하면서 시련을 극복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예측불허의 현대 사회를 버텨내는 필수 능력이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