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엔 北인권조사, 우리도 걸맞은 대응 있어야
입력 2014-02-17 01:41
북한 내에서 반(反)인권적인 범죄행위들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자행되었다는 유엔 산하기구의 최종보고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짓밟아온 북한의 반(反)인륜적 범죄행위들이 유엔 기구의 구체적인 증거로 낱낱이 드러났다.
16일(한국시간)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COI)는 지난 1년간 북한 내 고문과 임의 구금 등 9개 분야에 대한 탈북자 진술과 청문 등 조사활동을 벌인 결과 북한 최고지도층의 정책과 결정으로 반인도적 범죄행위들이 자행되었음을 확인했다. COI는 조만간 구체적 증거를 담은 최종보고서를 발표한 뒤 북한당국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를 안전보장이사회에 권고할 예정이다. 내달 말 북한인권 결의안도 채택할 방침이다.
외신이 보도한 보고서 내용은 참으로 끔찍하다. 잔혹한 살해행위는 물론 노예 같은 노동, 고문과 무차별 투옥, 여성 성폭행, 강제낙태, 강제격리 및 인신납치 행위가 서슴없이 벌어졌다. 수용소마다 강제노동과 강제처형 등이 무자비하게 자행되었다.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인 북한의 반인권적 범죄행위 증거들이다.
이에 따라 COI는 인권탄압을 당하는 북한 주민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보호책임을 져야 한다’는 ‘국제사회 보호책임’(R2P)도 안보리에 첫 보고할 예정이다. R2P는 ‘특정 국가가 반인도 범죄, 집단살해, 인종청소 등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지난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카타피의 학살로부터 리비아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적용된 이 원칙만으로도 김정은 북한체제에 상당한 압박수단이 될 수 있고 그 효과는 상당할 것이다.
나아가 COI는 중국 등 북한 주변국가들에 대해 탈북자 강제송환금지와 탈북자보호, 정치범수용소 폐쇄, 반인도적 범죄 책임자 처벌, 북한 내 유엔인권최고대표(OHCHR) 사무소 설치 등 강도높은 후속조치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뭘 하고 있는가. 정치권은 아직도 북한 인권문제에 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여전히 북한인권법 입법논의에서 이런저런 명분을 들어 한 발 빼고 있다. 북한인권이 어디 정치판 협상용인가. 국제사회에 참으로 낯부끄러운 우리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북한인권법을 이번 회기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북한인권재단이나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립 등 후속조치도 강력 추진돼야 한다. 아무리 남북관계 개선이 중요하다 해도 북한인권문제가 결코 간과돼서는 안된다. 인권문제는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다. 더 이상 인권탄압에 신음하는 북한동포를 살리기 위한 ‘북한인권법’이 정치적 협상이나 정치인들의 흥정 대상이 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