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검찰이 낸 증거 조작됐다”
입력 2014-02-15 03:50
중국 당국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위조됐다고 우리 법원에 알려왔다.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증거 위조에 관여했거나 위조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수사기관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14일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유씨의 간첩 사건 항소심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에 “유씨 재판과 관련해 검찰이 제출한 중국 허릉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조회결과’와 사실확인서, 싼허 변방검문소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 3개가 모두 위조됐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중국 영사부는 이어 “한국 검찰 측이 제출한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라며 “위조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 영사부 측은 대신 유씨 측이 법원에 제출한 옌볜 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의 ‘출입경기록조회결과’, 싼허 변방검문소의 ‘정황설명서’는 합법적 서류라고 인정했다.
검찰은 지난해 1심에서 유씨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거 보강 차원에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제출했다. 검찰 제출 기록에는 ①2006년 5월 23일 ‘중국→북한’ 출국 및 5월 27일 ‘북한→중국’ 입국, ②2006년 5월 27일 ‘중국→북한’ 출국 및 6월 10일 ‘북한→중국’ 입국 내용이 들어 있다. 검찰은 2차 입북 때 유씨가 북한 보위부에 체포돼 간첩으로 포섭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씨는 “어머니 장례식 때문에 1차 입북한 건 맞지만 이후에는 북한에 간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옌볜 조선족자치주 공안국 출입경 자료를 제출했다. 이 자료에는 2차 입북 사실이 기재되지 않았다. 유씨는 “2차 입국 자료는 시스템 업그레이드 시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기재된 틀린 기록”이라는 내용의 중국 싼허 변방검문소 정황설명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문제가 일자 검찰은 중국 측 공문이라며 “유씨의 출입국기록 조회결과를 틀림없이 발급했다”는 사실확인서와 정황설명서를 제출했다.
유씨와 검찰은 공판 과정에서 서로 자신이 제출한 기록이 공식 문서라고 주장하며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검찰 측 기록이 전부 위조됐다며 유씨 측 손을 들어주면서, 검찰은 증거 신빙성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수사와 공소유지에 나섰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변이 지난 7일 경찰청에 검찰의 증거 조작 의혹을 고발하면서 간첩 사건은 ‘검찰과 국정원의 기록 조작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검찰은 “출입경기록 등은 국정원이 주중 한국영사관을 통해 중국 허릉시로부터 받은 자료이며, 검찰도 외교부를 통해 중국 측으로부터 확인을 받았다”며 “중국 측이 위조 서류라고 판단한 근거나 경위 등을 조사 중”이라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기록 조작 의혹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