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차 고위급 접촉] 북 “언론이 비방·중상”-南 “언론의 자유” 설득

입력 2014-02-15 03:01

남북은 14일 열린 고위급 접촉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계, 비방 중상 금지 등에서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지만 대화와 설득으로 이를 봉합했다.

북측은 회의가 시작되자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서로 연계돼 있는 문제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우리 측은 인도주의적 사안과 군사적·정치적 사안은 별개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은 “우리의 원칙상 받아들일 수가 없다. 이것은 별개의 문제이고 우리가 인도적인 문제를 잘 풀어나가면 앞으로 남북 간에 신뢰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이번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그런 차원에서 신뢰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우리 측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취지를 설명하고, 올해부터 새로운 남북관계를 정립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도 함께 설명했다. 김 1차장은 “북측이 우리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을 잘 알고 있었다”며 “한 번 진지하게, 진솔하게 얘기를 해 보고 싶었다는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북측이 요구한 상호 비방 중상 금지와 관련해선 남측 언론 문제로 설전이 이어졌다. 북측은 특히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이 발표됐을 때와 현재를 비교하며 남측 정부가 언론을 조종해 비방 중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측은 “6·15 때는 남측 언론이 지금하고 달랐다. 6·15 때는 언론에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비방 중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측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언론이 종합적으로 자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김 1차장은 미국 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의 일화를 소개하며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김 1차장은 “제퍼슨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서 언론으로부터 이루 말할 수 없는 비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언론 없는 정부’와 ‘정부 없는 언론’에 대해서 선택하라면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것이 민주사회의 언론관이고 기초”라고 말했다. 이에 북측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남측 정부가 계속 노력을 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13시간30분이나 이어진 1차 접촉과 달리 2차 접촉은 3시간15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끝났다. 양측은 점심도 거른 채 전체회의, 수석대표 접촉, 종료회의를 한 번씩 개최한 끝에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