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은 출자나 출연을 통해 정부가 소유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채를 갚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정부가 14일 공공부문 부채를 산출한 것은 공기업 부채가 국가 재정 위험으로 번지지 않도록 투명하고 선제적으로 관리, 현재 추진 중인 공공부문 정상화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금융공기업 부채를 포함해 공무원연금 등 연금충당부채, 국민연금 보유 국공채와 같이 미래에 지급해야 할 돈은 부채에서 제외함으로써 부채관리 범위와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내부거래 제거로 중복 계상 방지=기획재정부가 14일 밝힌 공공부문 부채(2012년 말 기준)는 총 821조1000억원이다. 국가채무(중앙 및 지방정부의 회계·기금만 반영)에 국민연금공단 등의 비영리공공기관 채무를 포함한 일반정부 부채가 504조600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 등 비금융공기업 부채가 389조2000억원이다. 다만 정부와 기관 간에 발생한 내부거래는 중복 계상되기 때문에 72조7000억원을 합산액에서 제외했다. 국가채무는 현금주의, 일반정부 부채와 공공기관 부채는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산출된다.
이는 2012년 6월 국제통화기금(IMF) 등 9개 국제기구가 발표한 지침에 따른 것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언론에서 국가채무와 공기업 부채 등을 단순 합산해 부채 규모를 1000조원으로 추정한 것은 부채가 과대 계상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는 또 공공부문 부채에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 467조4000억원, 보증채무 145조7000억원 등 613조1000억원은 부채에 합산하지 않고 별도 부기한다고 밝혔다. 미래 지급 규모를 추정한 것이기 때문에 부채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고 외국 사례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해외에서는 긍정적이다. IMF는 기재부에 보낸 답신에서 “한국의 공공부문 부채 산출은 부채통계 투명성 강화와 국제 기준을 준수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모호한 기준, 전체 부채 규모 파악에는 역부족=정부는 국제 지침에 따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은 남는다. 우선 공공부문을 포함한 부채에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포함해 한국거래소,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기업 부채가 빠졌다. 이태성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일반 공기업은 수입이 부족하면 국공채를 발행하지만 금융공기업은 예금 자체가 그대로 부채로 계산돼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합산하지 않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 포함 여부도 쟁점이다. 정부는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는 공공영역에서 이뤄진 거래여서 정부나 공기업이 국민연금을 쓰는 것은 부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에 대한 부채인 국민연금으로 국공채를 사면서 이를 부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규모를 정확히 계산하기 어려워진다”며 “그렇게까지 해서 국제 기준을 맞춰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도 “국민연금을 부채에 포함시키면 외국과 비교할 때 불리해질 수 있지만 공공부문 부채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부채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2012년 말 기준 연기금이 보유한 국공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채 92조4000억원, 공채 11조2000억원을 포함해 총 105조8000억원에 달한다.
현금주의·발생주의
◇현금주의=실제 현금을 받았을 때 수익으로 인식하고 현금을 지출할 때 비용으로 인식하는 회계방식.
◇발생주의=현금 흐름과 관계없이 거래가 발생한 시점을 기준으로 수익과 비용을 인식하는 회계방식. 미래의 현금 흐름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고, 사업성과를 현금주의보다 잘 나타내는 장점이 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공공부문 부채 첫 공개] 투명성 강화했지만… 금융공기업은 빼 전체 규모 파악 역부족
입력 2014-02-15 02:56 수정 2014-02-15 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