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기량-텃세-점프… 피겨 퀸 ‘삼국지’
입력 2014-02-15 03:21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0, 21일(한국시간) 열리는 피겨 여자싱글은 당초 밴쿠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연아와 은메달리스트 아사다 마오의 맞대결로 예상됐다. 하지만 소치올림픽 피겨 단체전에서 214.41점으로 러시아 우승을 견인한 율리아 리프니츠카야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객관적인 기량에서는 김연아가 압도적이지만 홈 텃세 등 변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연아 ‘정확한 점프와 높은 예술성’ 압도적=김연아는 점프 등 각종 요소의 완성도와 예술성이 탁월하다. “김연아가 평소대로만 하면 우승할 것”이라는 게 피겨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행 피겨 채점제는 쇼트프로그램(2분50초)과 프리스케이팅(4분10초) 모두 기술점수(TES)와 구성점수(PCS)를 더한 뒤 감점을 빼는 방식이다. 기술점수는 점프나 스핀, 스텝 등 선수가 적어낸 기술 요소들의 수행도와 완성도를 평가한다. 김연아는 수행도와 완성도가 높아 원래 기초점수에 가산점을 받아 기술점수가 올라간다.
그리고 기술, 동작 연결, 연기, 안무, 곡 해석 등 5가지 구성점수는 예술성 높은 퍼포먼스를 펼치는 김연아가 독보적인 부분이다. 각각의 요소는 10점 만점이며 기술점수와 5대 5 비율을 맞추기 위해 쇼트에선 0.8을 곱하고 프리에선 1.6을 곱하는데, 김연아는 각 요소당 평균 9점대를 받는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선 10점이 나오기도 했다.
◇올 시즌 안정적인 프로그램으로 승부=김연아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은 밴쿠버올림픽 당시보다 약간 쉬워졌다. 대부분 요소들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 레이백스핀이나 시퀀스 레벨이 다소 낮아졌다. 예를 들어 허리 부상 위험 때문에 다리를 뒤쪽으로 올려 머리 위에서 손으로 잡는 비엘만 스핀을 빼면서 레이백스핀의 레벨이 낮아졌다. 이번 시즌 쇼트와 프리의 기초점수도 밴쿠버올림픽 때의 34.90과 60.90에서 32.03과 58.09로 내려갔다.
사실 김연아의 기초점수는 리프니츠카야나 아사다는 물론 그레이시 골드(미국),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 등 다른 신예보다도 낮다. 하지만 김연아는 점프의 회전수나 정확한 에지 사용 등을 정석대로 하기 때문에 가산점이 많이 붙는다.
게다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직후 ESPN이 “다른 여자 선수들은 음악을 느끼는 척 하지만 김연아는 음악과 하나가 돼 안무를 소화한다”고 평가한 것처럼 김연아의 표현력과 예술성은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리프니츠카야, 스핀은 탁월 점프는 미완성=리프니츠카야는 소치올림픽 단체전에서 탁월한 스피드를 가미한 스핀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린 시절 체조를 해 놀라운 유연성을 가진 리프니츠카야는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가산점을 마구 챙긴다. 또 체력을 바탕으로 점프를 후반에 배치해 역시 가산점을 챙긴다. 보통 선수들은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점프를 앞에 배치하려 한다. 이 때문에 경기 시작 2분 이후에 점프를 하면 10% 가산점이 붙는다.
다만 그의 점프는 논란의 대상이다. 그는 3회전 연속 점프 가운데 가장 배점이 큰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등 다양한 점프를 뛴다. 특히 김연아처럼 점프할 때 스케이팅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아웃에지로 뛰어야 하는 트리플 러츠 점프와 인에지로 뛰어야 하는 트리플 플립 점프에서 고질적인 롱에지 문제를 안고 있다. 소치올림픽 단체전에서 쇼트와 프리 모두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롱에지 판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고 모든 점프에서 가산점을 받았지만 홈 어드밴티지를 업은 너그러운 판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사다, 프리에서 트리플 점프 8회=아사다는 현재 유일하게 트리플 악셀(3회전반) 점프를 뛰는 여자선수다. 그러나 성공률은 극히 낮다. 올 시즌에도 국제 대회에서 한 번도 깨끗하게 뛴 적이 없다. 넘어지거나 회전수 부족과 두 발 착지로 감점을 당했다. 소치올림픽 단체전에서도 넘어졌다. 아사다는 매우 높은 기초점수를 적어내지만 여러 점프에서 수행도와 완성도가 낮아 가산점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아사다가 쇼트나 프리에서 프로그램을 클린한 적은 거의 없다.
결국 아사다는 소치올림픽 프리에서 원래 2번 넣으려던 트리플 악셀 점프를 1번으로 줄였다. 대신 트리플 악셀 점프를 포함해 트리플 점프 6종류를 8번 시도할 예정이다. 트리플 점프를 6번 넣은 김연아나 리프니츠카야보다 기초점이 크게 올라가게 된다. 김연아보다 무려 10점 이상 높다. 그러나 3회전 연속 점프조차 제대로 뛰지 못하는 아사다에게 트리플 점프 8번은 무리수로 보인다.
다만 아사다가 올 시즌 표현력을 평가하는 구성점수가 높아진 것은 고무적이다. 일본 언론은 ‘기술의 마오’가 ‘표현의 마오’가 됐다고 들떠 있지만 김연아와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소치=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