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징역 4년… 법정구속은 면해

입력 2014-02-15 03:19


이재현(54) CJ그룹 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이달 28일까지 구속 집행 정지 상태인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김용관)는 14일 1600억원대 횡령·배임·조세 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기소 금액 1657억원 중 1342억여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자금 조성으로 회사에 부실을 초래했고 기업 이미지를 저해시켰다”며 “거액의 조세 포탈로 일반 국민들의 납세 의식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회장 측은 ‘비자금 603억원은 모두 CJ를 위해 사용됐다’고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비자금이 개인자금과 엄격히 분리돼 관리되지 않았다”며 “이 회장이 임직원들의 충성심 강화를 위해 자의적으로 비자금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CJ China 등 해외 법인을 통해 임원들에게 허위 급여를 주는 식으로 115억원을 횡령한 점도 유죄로 인정됐다. 이 회장이 일본에서 개인 빌딩을 구입하면서 CJ 해외 법인에 보증을 서게 해 363억여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유죄가 됐다.

다만 이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 6개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팔면서 234억원대 조세를 포탈한 혐의는 무죄가 됐다. 이 회장의 조세 회피 의도는 인정하지만 뚜렷한 불법 행위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이 부분은 검찰이 기소 당시 ‘재벌총수의 대규모 역외탈세 범죄를 최초로 규명했다’며 자신했던 부분이다. 재판부는 페이퍼컴퍼니가 이 회장의 개인 재산 관리를 위해 설립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페이퍼컴퍼니 이용을 금지하는 법규는 없고, 조세 절감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헌법상 자유라는 점 등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직원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차명 거래해 세금을 빼돌린 혐의도 일부 무죄가 됐다. 유죄로 인정된 조세 포탈액은 모두 260억원이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포탈 세액을 모두 납부했고 2006년 이후에는 비자금 조성을 중단해 과거 관행을 개선하려 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12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지난 6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 회장은 오후 2시47분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했다. 마스크를 쓴 채 선고문 낭독을 들었고 재판부가 양형 이유를 설명할 때는 고개를 떨구었다. 이 회장은 선고 직후 심경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검은색 에쿠스를 타고 돌아갔다. 구속집행정지 상태인 이 회장은 자택과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1일 구속된 후 8월 20일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실제로 구치소에 있었던 기간은 50일 정도다. 이 회장은 만성 신부전증을 이유로 지난해 8월 28일 부인의 신장을 이식받았다. 이 회장의 변호인은 “비자금 조성 부분은 무죄로 생각했는데 아쉽다”며 “항소심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