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차 고위급 접촉] 北, 南의 원칙론 수용… 대결서 대화로 국면 전환 계기
입력 2014-02-15 03:04
남북이 14일 재개된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에 극적 합의함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하게 됐다. 특히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상호 비방 중상 중지’라는 요구를 서로 주고받는 모양새를 갖췄다. 대결적 구도에서 대화 국면으로 들어가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이에 따라 고위급 접촉을 넘어 장관급회담 등 더 큰 틀의 대화 채널을 마련할 수 있는 토대도 갖추게 됐다.
◇정부, 원칙론 고수-북측 명분 쌓아=우리 측은 1차 접촉에 이어 2차 접촉에서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를 북측에 설명했다. 인도주의적 사안과 정치·군사적 문제를 연계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비핵화의 확실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연계할 수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북한은 우리의 입장이 분명하다는 점에 수긍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관계없이 북한이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정부의 원칙론이 북한에 통했다는 의미다. 대신 북한은 지난달 16일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발표한 중대제안의 수용을 촉구했다. ‘최고 존엄 모독’ 부분에 대해 상호 비방 중지 요구였다. 결국 우리 측이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주고받기식 딜을 완성했다.
◇새로운 남북관계 청신호=우리 측은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이뤄져야만 더 큰 교류와 협력이 이뤄진다는 점을 북측에 설득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우선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 신뢰의 첫걸음이, 첫 단추가 이산가족 상봉 행사이기 때문에 우선 믿고 행사를 그대로 진행시켜야 된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깐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 해보자”며 우리 측 요구를 수용했다. 북측이 ‘믿겠다’고 밝힌 것은 우리 정부의 진정성을 북측이 받아들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측은 애초 이번 접촉 사실을 비공개로 해 달라고 요구했고,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가 나설 정도로 우리 정부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기 때문이다.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번 고위급 접촉에 나선 북한 대표단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직계라인인 ‘국방위원회 대표단’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결국 남과 북이 최고위층의 의지를 확인하고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향후 남북관계에도 훈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활발한 남북대화 이뤄질 듯=북측이 ‘남한을 믿겠다’고 밝힌 만큼 추가적인 남북대화가 계속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 간 쌓인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측이 1·2차 접촉에서 북측의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만큼 비핵화에 대한 대화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남북이 상호 편리한 날짜에 다시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함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뒤 추가적인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접촉 결과에 따라 분야별 후속 회담이나 더욱 높은 급의 당국회담이 이어지며 남북관계가 지금까지와 다른 속도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