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2차 고위급 접촉] 北 ‘통 큰 양보’… 관계 개선 필요성 절감한 듯

입력 2014-02-15 02:59

북한이 예상과는 다르게 14일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존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북측으로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이른바 ‘중대제안’을 한 것이나 이번 접촉에서 자신들의 기본 입장을 끝까지 고집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런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북한은 과거 키리졸브(KR)·독수리연습(FE) 등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거친 언사를 써가며 반발해 왔다. 이번에도 1차 고위급 접촉에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계하며 강하게 반발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북측이 이번에는 “통 큰 양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합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분명한 태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3월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응해 정전협정 백지화를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180도 달라진 태도다. 당시 북한은 인민군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조선 괴뢰’ ‘발악적 책동’ ‘공화국 압살’ 등 용어를 써가며 극력 반발했다.

이런 변화는 북한 역시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출범 3년차를 맞아 체제 안정과 경제 발전을 위해선 대외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 첫 단추이자 돌파구를 남북 관계에서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한 북한으로선 꽉 막힌 남북 관계부터 먼저 풀고 이를 통해 북·중 관계 해법을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으로 불안해진 민심을 달래고 경제난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북한이 김 제1비서의 신년사 이행을 위해 올인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북한 내각은 신년사 과업을 관철시킨다며 전방위적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김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1월 1일부터 14일까지 40여일간 무려 599건의 신년사 관련 기사를 게재한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서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를 발표하면 해당 부서는 무조건 그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새해 들어 북한의 잇단 평화 공세와 이번 고위급 접촉 제의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대남 비난이 뚝 끊긴 것도 신년사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