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金보다 빛나는 미소… 넌, 감동이었어!

입력 2014-02-15 01:36

불운이 그를 두 번이나 넘어뜨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빙판 위를 달렸다. 영국 선수에게 걸려 넘어졌으나 그를 탓하기는커녕 오히려 위로했고, 걸려 넘어진 것조차 자신의 실력 탓이라고 겸손해했다. 금메달을 놓친 것을 억울해하지 않고 동메달을 딴 것에 감사했다. 그의 투지와 겸손, 배려심은 어느 금메달보다 빛났다.

박승희(22·화성시청)는 13일(현지시간)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1위를 달리다 넘어지는 바람에 아깝게 3위에 머물렀다. 뒤따르던 영국의 엘리스 크리스티가 넘어지면서 함께 미끄러졌다. 곧바로 일어난 박승희는 급하게 달리려다 또다시 중심을 잃고 빙판에 엎어졌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달렸다. 최하위로 들어왔지만 영국 선수가 실격당해 동메달을 받았다.

아쉽고 분했는지 경기를 마친 박승희는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4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결승에서 여자대표팀이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 중국에 금메달을 내주면서 마구 울었다. 하지만 이번에 흘린 눈물은 의미가 달랐다. 박승희는 “밴쿠버 때였으면 아쉬워했겠지만 지금은 괜찮다”면서 “동메달을 딴 것도 값지다고 생각하고, 결국 제 실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울고 있더라. 착한 선수인데, 나중에 내게 미안해 할 것”이라며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크리스티는 경기 후 자신의 트위터에 “심판 판정을 완전히 존중하고 결승전에 나왔던 다른 선수들에게 죄송하다. 3위에 남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누군가를 쓰러뜨릴 의도도 없었다. 화나게 만든 모든 이들과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둘 사이에 앙금은 사라졌다.

박승희의 트위터 계정에는 “나에게 제일 소중한 메달이 될 듯하다. 모든 게 운명일 것이고 난 괜찮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박승희의 어록을 접한 네티즌들은 “챔피언이라 불러도 충분할 정도로 빛났다”는 등의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박승희는 넘어지면서 무릎을 다쳐 1500m엔 나서지 못하게 됐다. 대신 그의 남자 친구인 이한빈(26·성남시청)이 15일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18일 남자 500m에서 메달을 따주길 기대하고 있다. 두 사람은 10년 넘게 동료로 지내다가 2년 전부터 ‘연인’으로 발전했다. 14일 전파를 탄 방송프로그램에서 이한빈은 박승희에 대해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난다”면서 “승희가 초등학교 6학년,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봤다. 처음부터 승희가 좋았다. 동료들한테 욕도 많이 먹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박승희는 “왜 그랬데?”라면서 얼굴을 살짝 붉혔다.

한편 박승희의 어머니 이옥경씨는 “자기는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자신 때문에 더 속상해하지 않을까 주위를 더 걱정한다”면서 “(승희는) 밝고 대범하다. 경기 결과에 연연하는 성격도 아니고 빨리 잊는다”고 전했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