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마두금 연주하는 몽골 국립합주단
입력 2014-02-15 01:36
고비사막 부근에 사는 몽골 유목민들의 장례법은 매우 독특하다. 주변에 나무가 없으니 화장을 할 수도 없고, 매장을 하자니 거기가 거기 같아서 후에 다시 찾아가기가 어렵다. 따라서 그들은 망인을 묻을 때 어미 낙타가 보는 앞에서 새끼 낙타를 죽인 다음 함께 넣는다. 그러면 세월이 지나도 어미 낙타가 그 장소를 정확하게 찾아낸다. 어미 낙타의 모성애를 이용한 장례법인 셈이다.
하지만 이처럼 모성애가 강한 낙타도 새끼를 거부하며 젖을 먹이지 않는 경우가 가끔 있다. 처음 새끼를 낳다가 난산을 한 초보 어미 낙타들이 새끼를 고통과 동일시하게 되어 젖을 안 주고 피하는 것이다. 이럴 때 몽골인들은 말의 꼬리털로 만든 마두금이란 악기를 켜며 어미를 달랜다. 마두금 연주를 들은 어미 낙타는 눈물을 쏟아내면서 이내 새끼를 다시 받아들여 젖을 물리게 된다. 마두금으로 상처 입은 낙타의 마음을 치유하는 몽골의 이런 전통을 ‘후스’라고 한다.
음악은 정서순화뿐만 아니라 통증 감소, 면역력 향상, 스트레스 해소 등 다양한 치료 효과를 지닌다. 연구 결과 음악이 니코틴이나 마약을 복용했을 때처럼 뇌에서 도파민의 분비를 돕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은 즐거움이나 쾌락을 느끼는 상황에서 활성화되므로 ‘사랑 호르몬’ 또는 ‘행복 호르몬’이라 불린다. 또 음악을 들을 경우 인체에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신피질자극 호르몬, 노르에피네프린 호르몬, 코티졸 호르몬 등의 분비가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외상성 뇌손상을 입은 참전용사들을 대상으로 음악을 이용해 인지·감각·운동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음악은 스포츠에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특히 의욕이 샘솟는 음악을 들을 경우 흥분제를 먹은 것처럼 심박수와 혈압을 약간 증가시키는 효과가 생긴다. 자전거 타기 실험에서 의욕이 샘솟는 음악을 들은 그룹의 경우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산소 흡입률이 최대 7%까지 줄어들었다는 결과가 있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이상화 선수가 경기 시작 직전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모습이 TV를 통해 전해졌다. 이전 인터뷰에서도 경기 전날 마음이 진정되지 않을 때는 클래식을 들으며, 경기 직전에는 댄스음악 같은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전쟁터 같은 올림픽 경기장에서 음악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한 마두금인 셈이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