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잘라버리고 지갑은 하나님께 돌려 드렸죠”
입력 2014-02-15 01:31
‘빚 없이 살기.’ 대출로 마련한 집에서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가불인생’이 보편화된 요즘, 이 같은 일이 가능할까. 소비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빚은 어쩌면 숙명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조류를 거부하고 ‘빚 없는 삶’을 선언한 이들이 있다. 소비의 미덕 대신 성경적 재정원칙에 따르는 삶을 택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내 돈은 ‘하나님의 것’이다
강팔용(57·사랑의교회 금융인선교회 회장, DAS법률비용보험 한국파트너)씨는 ‘부채(負債) 없는 사나이’다. 하지만 원래 그랬던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에서 오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레버리지 투자(빚을 낸 투자)를 하던 강씨가 부채를 청산한 것은 2009년도부터. 그해 성경적 재정교육을 받은 그는 지출 항목을 조정했다. 먼저 빚내서 하는 투자를 줄였다. 개인 재무상태와 신앙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알게 돼서다.
“요즘 사회는 큰 소득을 올려 많이 소비하는 것을 옳다 말하죠.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재물의 청지기로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는 ‘축복의 통로’로 살라고 말씀합니다. 그래서 지출 내역을 보면 그 사람의 신앙과 재물관을 알 수 있습니다.”
빚을 없앤 강씨는 ‘재물의 청지기’로 살기 위해 ‘통장 쪼개기’를 감행했다. 월급을 십일조통장, 저축통장, 나눔통장, 생활비통장에 나눠 운용한 것. 그는 나눔통장을 ‘하늘창고’라 불렀다. 불우한 이들에게 나누는 재물이 하늘에 쌓는 보화라는 의미에서다. 이 계좌를 만들고부터 자신과 가족을 위한 소비는 줄었지만 마음만은 풍요롭다고 했다.
“대학 동창이나 동료들이 고급차와 아파트를 사고 내킬 때마다 해외여행 떠나도 부럽지 않습니다. 마지막 결산의 때, 하나님께서 제게 맡긴 돈으로 뭘 했느냐 물으면 대답할 말이 있어 기쁠 뿐이지요.”
빚 안 내는 생활을 위해 그가 하는 노력은 또 있다. 1년 전부터 강씨는 ‘하나님의 것’이라 적은 쪽지를 항상 지갑에 붙여놓는다. “무심결에 지갑 속 돈을 제 것인 양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갑을 열 때마다 돈을 잘 쓰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이렇게 했습니다. 전 하나님의 재물을 대신 맡은 청지기일 뿐이니까요.”
빚지는 삶 떠나니 가정에 평화가 왔다
주부 박모(51)씨는 지난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마지막 신용카드를 없앴다. 5장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박씨는 1년 전부터 현금으로 모든 생활비를 지출한다. 빚 없는 삶을 위해서다. 이는 그가 13년 상환기간의 절반 만에 주택담보대출을 해결한 경험이 계기가 됐다.
2008년 다니던 교회주보에서 ‘성경적 재정교육’을 알게 된 박씨는 재정수업 소그룹에 등록했다. 2년째 매달 대출이자로 100여만원을 지출하던 터라 호기심이 일었다. 성경은 놀랍게도 빚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었다. 빚진 자는 채주의 종(잠 22:7)이 되므로 예수께서 대가를 지불한 그리스도인은 사람의 종이 되지 말라(고전 7:23)는 것. 부채가 신앙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된 박씨는 빚을 갚는 데 집중했다. 남편의 적은 월급과 돈 씀씀이를 원망하는 대신 여유자금을 늘려 원금을 갚았다. 필요 없는 물건은 정리해 팔았고 적은 돈이라도 예상외 소득이 생기면 모두 빚 갚는 데 썼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박씨는 6년 반 만에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돈의 주인은 하나님’이란 생각으로 살자 남편을 대하는 태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의 사업 방향을 존중했고 시댁 경조사비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은 모두 하나님의 뜻에 달렸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사니 가정에 평화가 왔습니다. 예전엔 남편이 하는 모든 일에 불만이었어요. 제 말대로 사업해야만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런데 돈을 비롯한 모든 것의 소유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걸 인정하니 가족을 더 소중하게 대하게 됐습니다. ‘명문대 입학해 대기업 가서 돈 많이 벌라’고 자녀를 닦달하지도 않고요.”
기독재정전문가들은 소비의 문제가 가치관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하나님의 방식대로 살지 않으면 세상의 방식대로 소비하게 돼 돈이 신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진만(43) 보아스파이낸셜클리닉 대표는 “흔히 그리스도인의 삶을 ‘나그네 인생’이라 한다. 본향이 천국이라 하면서도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하려 빚을 내는 사람이 적잖다”며 “신앙인이라면 부채뿐 아니라 소유도 줄이는 다운사이징을 해 돈 대신 말씀을 따라 소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