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지 않는 사법부라야 사회기강 선다
입력 2014-02-15 01:51
유서 대필 사건과 부림 사건 피고인에게 법원이 재심 끝에 무죄판결을 내렸다. 우리 법상 재심은 극히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데다 무죄는 더욱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주목되는 판결이다. 똑같은 사건이 하루아침에 유죄에서 180도로 결론이 달라져 무척 당황스럽기도 하다.
최근 과거에 벌어진 시국·공안 사건 재심에서 거의 예외 없이 무죄가 잇따라 선고돼 사법부 신뢰에 금이 간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미 대법원이 한참 오래 전에 유죄로 판단한 사안을 다시 하급 법원이 무죄선고를 내리는 일이 잦을 경우 일반 형사사건 피고인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뿐 아니라 법적 안정성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압 수사나 잘못된 사법적 판단은 정의와 인권 차원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기 때문에 애초부터 용기 있고 확신에 찬 판결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대필한 증거가 부족했다거나, 강압적 수사로 받아낸 진술이라고 판단했다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한다’는 법언(法諺)에 따라 1심 재판 당시 과감하게 무죄를 선고했어야 옳았다는 말이다. 사법환경이 달라졌다고 대법원 선고가 내린 지 20∼30년이나 지난 뒤 사건을 뒤집는 법원의 태도는 자칫 자신만 선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법관도 사람이라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 수는 없는 일이고, 형사재판이란 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사후적 판단이기에 제출된 증거를 보고 유무죄를 가릴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긴 하다. 시간이 흘러가면 진실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다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모든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제도를 두는 것 아니겠는가. 최근 사례를 거울삼아 앞으로는 모든 사건에서 용기 있는 재판을 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사법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졌다 해도 인간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숙명을 갖고 있다. 법관이 제한된 여건 속에서 제대로 된 증거를 찾아 진실이 무엇이냐를 가리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시공을 초월해 용기를 갖고 권력과 여론 등 모든 압력을 이겨내는 법관이 많아야 사법부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