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능력에 우선하는 파벌주의, 여기서 끝내자
입력 2014-02-15 01:41
문화체육관광부가 체육계의 고질적인 파벌주의를 척결하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14일 “체육계 파벌을 혁파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문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를 거론하며 “안 선수 문제가 파벌주의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 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체육계의 파벌주의는 오래된 병폐 가운데 하나다. 안 선수 건으로 이번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쇼트트랙의 경우 특정 선수를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짬짜미 시합을 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았다. 태권도 시합에서 심판 편파판정으로 패한 선수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유도의 추성훈 선수가 조국을 버려야 했던 이면에는 어김없이 뿌리 깊은 파벌주의가 작용했다. 체육계 내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다 병을 키웠다.
파벌주의는 비단 체육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 모든 영역에 똬리를 틀고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인간 사는 세상에 어느 나라나 파벌은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특히 심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단순한 친목 차원을 넘어 이권과 인사 문제까지 개입하는 파워그룹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지구상에 우리나라처럼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시하고 따지는 나라는 없다.
인맥으로 얽히고설킨 파벌주의가 만연하면 애당초 공정한 경쟁, 선의의 경쟁 관계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런 곳에선 자신을 계발하려는 노력보다 줄서기와 기회주의가 판을 치게 마련이다. 실력과 능력을 기준으로 선수 선발이나 인사가 이뤄져야지 연줄이 판단의 잣대가 되어서는 그 사회나 조직의 미래는 암울하다. 하지만 아주 오랜 세월 이어져온 파벌주의를 완전히 뿌리 뽑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서둘러서 될 일도 아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자세로 접근해야 문제가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