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영성] 영들을 분별하라

입력 2014-02-15 01:34

사막교부들의 금언에 따르면 게으르고 무질서하게 사는 수도사 주위에는 마귀들이 모여 춤을 추지만 매일 회개하며 기도하며 사는 수도사 주위에서는 마귀들이 슬퍼하며 침묵한다고 한다. 더 나아가 쉬지 않고 기도하며 흔들리지 않을 때는 결국 마귀들이 떠나게 된다고 한다.

위를 보라, 주님이 도우신다

수도사들은 늘 마귀와 싸웠기 때문에 그들을 식별하는 능력을 터득하게 되었고, 특히 사막에서 스승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자질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영분별이었다. 마귀들과 대화하거나 그들이 서로에게 하는 말을 엿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원로들도 많았다. 이런 능력 때문에 스승은 제자에게 적절한 처방을 줄 수 있었다.

이집트의 대마카리우스의 수실 근처에 몇 명의 제자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카리우스는 사탄이 자기 제자들의 생각을 뒤흔들기 위해 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제자들에게 작업한 후 돌아가는 사탄을 붙들고 대화하면서 제자들 중 단 한 사람인 테오펨투스를 유혹에 빠트렸다는 것을 들었다.

마카리우스는 테오펨투스의 수실을 찾아가 안부를 물었다. 테오펨투스는 “사부님의 기도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하고 대답했다. 마카리우스는 “그대의 생각이 그대를 공격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제자는 “지금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습니다”라고 얼버무리며 정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

그러자 마카리우스는 “나는 오랜 세월 동안 금욕생활을 해왔고 모든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지만 이렇게 늙었는데도 간음의 영이 나를 괴롭힌다네”라고 고백했다. 이 말을 듣고 용기가 난 테오펨투스는 “저도 그렇습니다”하며 말을 꺼냈다. 마카리우스는 계속해서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생각이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하자 마침내 테오펨투스는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인정했다.

마카리우스는 다시 물었다. “금식은 어떻게 하는가?” “매일 오후 3시까지 합니다.” “금식 시간을 조금 더 늘리고 성경을 묵상하게. 그리고 내면에서 이상한 생각이 일어나도 주의를 기울이지 말고 항상 위를 바라보게. 그러면 주께서 즉시 오셔서 그대를 도와주실 걸세.”

이렇게 지시한 후 마카리우스는 자기 수실로 돌아왔다. 얼마 후 사탄이 또 수도사들을 유혹하기 위해 그곳에 왔다. 지난번처럼 유혹을 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사탄이 마카리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들은 모두 고집쟁이들이더군. 가장 좋지 못한 것은 전에 나에게 복종하던 친구야. 무엇이 그 친구를 변화시켰는지 모르겠어. 그 친구는 나에게 복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그 형제들 중에 가장 고집쟁이가 되고 말았단 말이야.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기로 했어.” 마카리우스가 유혹당하는 제자를 도울 수 있었던 가장 탁월한 수단은 영에 대한 분별력이었다. 그는 제자들에 대한 존중과 겸손, 온유의 덕으로 이를 지혜롭게 사용했다.

희락, 용기는 하나님의 영이다

수도사들의 아버지인 안토니는 제자들에게 “영을 다 믿지 말고 오직 영들이 하나님께 속하였나 분별하라”(요일 4:1)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분명히 우리는 영을 분별하는 은사를 받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그러나 아직 분별력이 없어 나타난 영과 또 내면의 어떤 충동을 식별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안토니는 은사를 받지 못한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영을 분별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천사는 아주 고요히 온화하게 찾아오기 때문에 기쁨과 즐거움과 용기가 즉시 영혼으로 스며듭니다. 우리의 기쁨이시며 하나님의 능력이신 그리스도께서 천사들과 동행하시므로 영혼의 생각은 평온하고 차분해집니다. 그래서 영혼은 환히 빛나게 되고, 나타난 천사들을 영혼의 빛으로 보게 됩니다. 영혼은 미래에 실현될 거룩한 일들에 대한 열망으로 압도됩니다. 영혼은 천사들과 동행해 이 세상을 떠나갈 수만 있다면 그들과 완전히 연합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악령들의 공격과 출현은 요란한 소음과 외침으로 가득한 괴로운 것으로, 난폭한 젊은이들이나 강도들이 소란을 피우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난리 속에서 우리의 영혼은 즉시 공포에 사로잡히게 되고, 생각은 혼란스러워지며 낙담하게 됩니다. 또 동료 수도사들을 미워하게 되고 열의가 없어지며, 비탄에 빠지게 되고 친지들을 그리워하게 되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래서 마침내 악을 갈망하게 되고 덕을 멸시하며 성격이 불안정해집니다.”

안토니가 제안한 분별법은 매우 심리학적 시험 도구이다. 내면세계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보고 하나님이 주신 것인지 마귀가 준 것인지를 판단하게 한다. 은혜로 하나님의 나라가 내 심령에 임하면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롬 14:17)이 찾아온다. 반면에 마귀들의 공격 신호도 영혼에 전해진다. 마귀들은 밖에서도 우리를 공격하지만 안에서도 우리를 뒤흔들어 놓는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것은 두려워하는 마음이 아니라’(딤후 1:7)고 하셨기에 만약 내면에서 두려움을 느낀다면 적들이 함께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진하 교수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