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75세 할머니 유학준비한다
입력 2014-02-14 15:46
[쿠키 사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14일 열린 대구보건대학교 졸업식에서 75세 할머니와 63세 대학교수가 나란히 학사모를 써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이 대학 사회복지과를 졸업한 김복례(75·왼쪽 사진) 할머니와 물리치료과를 졸업한 김종철(63) 교수.
김 할머니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놓친 배움의 기회를 늦게서야 가진 뒤 이날 당당하게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이제 미국 유학을 준비한다. 김 할머니가 공부를 시작한 것은 69세 때로 혼자 길거리에서 국수를 팔아 딸 5명을 대학공부까지 시키고 난 다음이었다. 그는 공부가 너무 하고 싶어 70살이 다돼 중학교 공부를 시작해 6년 만에 사각모를 썼다.
대학에 다닐 때 지각을 한 번도 안한 것은 물론 손자뻘 되는 동기들의 아침식사를 위해 빵과 비타민을 챙겨주기도 해 동기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기도 했다. 고령인데도 시험기간에는 새벽 4시까지 공부하는 투혼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미국 유학을 위해 매일 영어 공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올해 영어 공부를 한 뒤 내년 가을을 전후해 미국에서 교사생활을 하는 딸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들어갈 계획이다. 대구보건대는 김 할머니가 학교생활을 하면서 다른 재학생들에게 희망을 전했다며 특별상을 수여했다.
또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은퇴한 뒤 같은 대학 초빙교수로 교단에 서고 있는 김 교수는 고교시절에 장애인 친구를 도왔던 것을 계기로 물리치료사가 되겠다던 꿈을 가졌었다. 대학교수로 일하면서도 장애인 봉사활동에 대한 김 교수의 애정은 식지 않았다.
그는 은퇴를 앞둔 2006년 물리치료의 일종인 도수치료 과정을 배우고 재활치료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물리치료사가 돼 좀 더 확실하게 장애인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김 교수는 2011년 대구보건대에 다시 입학을 했다. 입학 후 낮에는 부산에서 강의하고 밤에는 대구로 와 수업을 듣는 생활을 3년 동안 거의 매일 반복했다. 김 교수는 정식물리치료사가 돼 요양병원에서 근무할 계획이다.
대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