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硏, 정부에 쓴소리… “도시민 위한 값싼 농산물 정책 언제까지”
입력 2014-02-14 01:34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이례적으로 정부의 농업정책에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농정방향에서 농민들의 바람이 도시민들의 요구보다 뒤에 있는 것은 올바른 농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근혜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6차 산업화, 스마트 농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강창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일 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국민들은 저가의 좋은 농산물을 잘 먹고 있는데 생산과 공급을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팍팍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농정 패러다임에 의한 정책과 그 결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도농 간 소득 격차가 심화돼 있고 농업과 농촌의 상대적 빈곤화가 일상화된 상황의 개선을 위해 농민들은 소득제고 정책을 갈망하고 있는데 농정이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은 “지금 우리는 농민들의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정책을 구상·실시하고 있지 않은지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농업 관련 최상위 법령인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올해 농정방향 등에서 안전한 농식품의 공급과 유통의 효율화를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농가 경영·소득안정은 후순위로 밀려 있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는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펼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임금 드라이브를 걸었다. 저임금이 가능하려면 도시 근로자에게 의식주를 값싸게 공급해야 했다. 그 결과 농산물 가격이 억제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안전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하는 도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 정부까지 이어졌고 풍수해 등의 원인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농정 당국은 할당관세를 동원해 값싼 외국산 농작물을 수입해 가격을 낮추는 데 급급했다.
강 위원은 “농업정책의 최종 지향 목표는 농민들의 행복, 농업과 농가소득의 증진이며 당연히 모든 농업정책들은 농민들의 욕구충족, 즉 소득 증진에 일차적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 제고, 귀농귀촌과 6차산업화, 스마트 농정 등 박근혜정부의 주요 농업정책 과제에 대해선 “농민들의 요구 어느 부분에 영향을 주는지조차 모호하다면 이는 올바른 패러다임도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좋은 정책도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현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이 직전까지 원장으로 재직했던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국민일보는 강 위원으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고자 했지만 13일 오후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