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대필 강기훈씨 무죄] 강기훈씨 “저를 감옥 보내려 진행된 과정들 바로잡았다는 데 큰 의미 있다”
입력 2014-02-14 02:31
서울고법 형사10부 권기훈 부장판사가 13일 505호 법정에서 판결을 읽어 내려가는 40분 동안 강기훈(50)씨의 표정은 담담했다. 강씨는 가끔 눈에 고인 눈물을 손으로 닦아냈다. 하지만 표정 변화 없이 22년 만의 무죄 선고를 기다렸다. 판결 주문이 시작되자 일어섰던 강씨는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자리에 앉아 외투를 챙겼다. 공판 검사는 굳은 얼굴로 서둘러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선고는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으나 강씨는 30분 전 법정 앞에 도착했다. 피곤한 모습의 강씨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간혹 웃음을 짓기도 했으나 긴장한 모습이었다. 재판이 끝나고 법정을 빠져 나오는 길에도 강씨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복도를 메운 지인들과 악수를 하고 포옹하며 격려를 받고 나서야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강씨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강씨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판결은 저를 감옥에 보내기 위해 진행된 일련의 과정들을 바로잡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제가 아팠을 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분들이 위로와 도움을 주셨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또 “‘재판부가 유감의 표현을 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를 세워놓고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고 과거 잘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사법부의) 권위가 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수사 검사들이 어떤 형태든 유감을 표시했으면 좋겠다”며 “재판 결과보다 그분들의 한마디가 내겐 더 가치 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현재 간암 2기로 투병 중이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