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에 ‘러시아 알기’ 붐
입력 2014-02-14 01:34
소치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이 주로 찾던 러시아 전통식당에 한국인 손님이 북적이고 러시아어를 배워 보려고 현지인 모임을 찾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7시 서울 이태원의 러시아 전통요리 식당 ‘트로이카’는 저녁식사를 하러 온 젊은이들로 붐볐다. 디마 빌란, 알수, 빈타지 등 러시아 가수의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홀을 오가며 러시아 전통 복장인 사라판과 루바하를 입은 종업원이 주문을 받느라 바빴다.
알록달록한 전통 의상은 가게를 꾸민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벽에 걸린 러시아 그림들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냈다. 주방장 등 직원 8명은 모두 러시아인이거나 러시아에서 온 교포들이다.
이 식당엔 소치올림픽을 계기로 새롭게 찾아오는 한국인 손님이 늘고 있다. 주말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날 친구와 트로이카를 찾은 최모(26·여)씨도 러시아 문화를 잘 모르다가 올림픽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씨는 “생소한 나라였지만 올림픽 개막식을 보고 러시아 문화에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인기 메뉴인 꼬치구이 샤실륵, 감자·돼지고기·양파를 곁들인 러시아 시골 요리 카르토쉬카 포 뎨레벤스키를 주문했다.
트로이카는 러시아인 주인 일리아나(32·여)씨와 한국인 남편 김찬(37)씨가 운영한다. 일리아나씨는 한국 유학을 마치고 모델 일과 사업을 하다 러시아 문화를 한국에 알리겠다며 이 식당을 차렸다. 그는 “음식은 가장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문화 소통 수단”이라며 “한국에서 아직 낯선 러시아 음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공식 러시아문화원이 없다. 민간단체 ‘러시안커뮤니티협회’가 문화외교관 역할을 대신한다. 러시아를 알리려는 사람과 러시아 전통 문화를 배우려는 이들이 모여 만든 이 협회는 지난해 말 회원이 400명을 넘어섰다.
프리마코바 타티아나(34·여) 협회장은 한국 남성과 결혼해 14개월 된 아기가 있다. 그는 13일 “올림픽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체감한다”며 “그동안 한국의 러시아인들은 이방인이란 시선에 위축되곤 했는데 사람들이 ‘소치’에 열광하는 걸 보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러시아인을 바라보는 편견의 벽에 부딪칠 때도 있다고 했다. 특히 러시아 여성은 속옷모델이나 술집여성 등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타티아나씨는 “러시아 여성을 돈 벌러 온 ‘불행한 여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론 대부분 교육수준이 높고 성실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요즘 한국을 찾는 러시아인들은 주로 무역회사나 의료기업체, 의료관광업 종사자들이라고 한다.
타티아나씨는 주말마다 서울 명동에서 한국인들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모임을 갖고 있다. 그는 최근 러시아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한국인들의 질문에서 실감한다고 했다. 타티아나씨는 “러시아에서 왔다고 소개하면 한국인들이 ‘거기 많이 추워요?’라는 질문밖에 안 했는데 최근에는 러시아 여행지나 음식 등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림픽이 한국과 러시아를 더 가까워지게 했다”며 웃었다.
김유나 전수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