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가정교회 신자 13명 경찰 체포… 20일 넘게 구금

입력 2014-02-14 01:33

중국 베이징 교외 한 주택에서 성경공부를 하던 ‘가정교회(지하교회)’ 신자 13명이 지난달 하순 경찰에 체포돼 20일 이상 구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공직자 재산공개 등을 요구하는 시민운동인 ‘신공민(新公民)운동’을 주도한 인권변호사 쉬즈융(許志永)에 대한 재판에 반대하는 시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두고 조사 중이다. 쉬 변호사는 지난달 22일 스징산(石景山)구에 있는 베이징시 제1중급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공공질서 교란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가정교회 모임을 이끌고 있는 쉬융하이(徐永海)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경찰이 신자들에게 ‘(재판이 열린) 지난달 22일 스징산구에 있었지 않느냐’고 추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3일 신자들은 ‘성아이(聖愛)’라는 모임 회원들로 현재 베이징 제1구치소에 구금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성아이는 25년 전 구성돼 지금까지 활동해 왔다. 이 모임의 리더인 쉬융하이는 의사 출신으로 중국 교회가 박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 잡지에 기고한 뒤 투옥된 적이 있다. 그는 구금 상태에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을 체포한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려주지도 않았으나 쉬융하이가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림으로써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이들은 지난달 24일 스징산구와는 반대편에 위치한 퉁저우(通州)구에 있는 반체제활동가 장원허(張文和)의 집에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있을 때 경찰이 갑자기 들이닥쳤다고 SCMP는 전했다.

이들의 변호인 2명은 “이들에게는 ‘불법 집회 및 시위’ 혐의가 적용됐다”고 밝혔다. 즉 쉬즈융 재판 당일 법원 주변에서 진행된 시위에 이들 신자 중 일부가 참가했다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구금은 오는 25일이면 끝나지만 그 뒤 즉각 석방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성아이의 또 다른 리더로 반체제 활동 경력이 있는 후스건(胡石根)은 “당국은 성아이에 속한 사람들 대다수가 반정부 활동과 관련됐기 때문에 이들을 탄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