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택진료 개선안 논란 여전… 특진비 급등 우려
입력 2014-02-14 02:33
만성신부전 환자 김모(79·여)씨는 2009년부터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병원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생각에 김씨의 보호자는 진료비 영수증을 꼼꼼히 확인해봤다. 병원비는 김씨의 담당의사가 2010년 전문의 10년차를 넘겨 ‘선택진료의사’가 된 뒤부터 늘었다. 같은 의사에게 같은 진료를 받는 데도 매번 30% 정도 더 많은 비용을 내야 했다. 이 병원의 신장 담당 의사는 모두 선택진료의사여서 비용이 부담됐던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병원을 옮겨야 했다.
이처럼 ‘선택진료’는 환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고 과도한 비용을 부담케 하는 점이 문제였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일 선택진료를 포함한 ‘3대 비급여’ 개선안을 내놓았는데, 선택진료는 2017년부터 이름만 ‘전문진료의사 가산제도’로 바뀌어 살아남았다. 건강보험에서 진료비의 절반을 부담한다지만 상당수 환자가 선택진료의 굴레를 결국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복지부는 2016년 이후 3300여명이 선택진료의사로 남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의 3분의 1 정도로 줄어드는 것이지만 3300여명도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박용덕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은 “매를 아프게 10대 맞던 것을 약하게 3대 맞으니 좋아졌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며 “애초부터 10대든 3대든 때리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제도가 바뀌어도 선택진료의사를 환자가 온전히 선택할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예를 들어 삼성서울병원의 순환기내과분과에는 28명의 의사가 있다. 이 가운데 21명이 10년 이상 된 전문의로 선택진료의사다. 2016년부터는 이들 중 7명이 선택진료의사로 살아남는다. 문제는 상급종합병원일수록 전문 분야가 매우 세분화돼 있다는 점이다. 21명 의사 중 말판증후군, 혈관염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는 한 명이다. 이 의사가 선택진료의사가 되면 계속 진료를 받던 혈관염 환자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비싼 비용을 계속 내며 진료를 받거나 병원을 옮겨야 한다. 어떤 선택이든 환자에게는 최선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저소득층의 의료접근성이 봉쇄되는 것도 문제다. 복지부는 2017년부터 선택진료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본인부담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환자가 비싼 의사에게 진료받기를 선택한 만큼 비용 부담의 책임도 환자가 져야 한다는 뜻에서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에 대해 환자의 소득에 따라 120만∼500만원의 본인부담상한제를 두고 있다. 제도가 개선된 뒤에도 저소득층은 양질의 치료를 받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의료급여 대상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난적 의료비 때문에 차상위계층으로 떨어지거나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환자들은 구제받을 길이 여전히 없다.
정부 대책에 의료계 반발도 크다. 정부는 선택진료의사를 고르는 엄격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결국 의사 선정은 병원이 하게 된다. 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선택진료의 틀을 남겨둔 것은 고도로 숙련된 의료진의 사기 진작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병원마다 환자가 많이 몰리는 전문의 위주로 선택진료의사를 선정한다면 의료기술 발전과 상관없이 선택진료 부담을 갖게 되는 환자만 늘어나는 셈이다.
문수정 황인호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