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보 유출 국정조사] “개인정보 과다 수집·유통 규제 소홀 송구스럽다”
입력 2014-02-14 01:33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한탄, 당국의 책임 질타, 수장 사퇴 요구와 “수습이 먼저”라는 대응까지 모든 것이 판박이였다. 지난해 동양 사태로 홍역을 치렀던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에는 사상 최악의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 유출 사태로 열린 국정조사에서 다시 진땀을 흘렸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개인정보의 과다 수집과 유통 규제 노력이 부족해 국민적 심려를 끼쳤다고 “송구스럽다”는 말을 연발했다.
◇“소가 웃을 일입니다”=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개인정보 유출 국정조사에서 여야 정무위원들은 이번 사건에 따른 2차 피해가 과연 없는지,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 이번 사건을 제외한 그간의 정보유출은 없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지난달 23일 금융당국이 사법당국의 발표를 근거로 “2차 피해는 없고, 100% 안심해도 된다”고 밝혔지만 걱정이 크다는 취지였다. 의원들은 직접 인터넷 쇼핑몰의 결제 과정을 시연하거나 인터넷 검색 결과를 제시하며 정보유출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직접 네이트온 메신저에서 개인정보 유통시장 브로커를 접촉한 내용을 국정조사장에서 소개했다. 김 의원이 “KB국민카드 등 최신 카드사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할 수 있느냐”고 문의하자, 메신저로 접촉한 브로커는 두 차례에 걸쳐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얻은 개인정보라고 확인했고, “통장과 입금자명만 일러 주면 건당 1100원에 넘기겠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고강도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인터넷 쇼핑몰 이용 화면을 제시하며 제3자 정보제공 동의를 하나라도 하지 않으면 결제가 되지 않는 실태를 비판했다. 직접 얻어온 카드사의 정보제공 동의서를 펼쳐 보이며 “이 동의서에 적힌 내용을 볼 수 있는 분은 손을 들어 보라. 아무도 안 보일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이번의 불법 유출뿐 아니라 모든 쇼핑몰과 금융회사들이 사실상 자신들이 마음대로 고객 개인정보를 유통시키는데도 정부가 방관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은 세계 최대 검색엔진인 구글에서 우리 국민의 주민등록번호가 검색 가능하다는 내용의 인터넷 화면을 제시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보이스피싱 시도가 있었다는 전화번호를 소개하며 “1억 건이 넘는 정보가 빠져나가 온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2068-7943’이라는 번호부터 먼저 수사를 해 보라”고 채근했다.
◇정보 유출 금융사, 문 닫는다=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앞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 해당 금융회사가 문을 닫게 할 정도로 강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금융사고를 낸 회사들은 문을 닫을 정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한 것이다. 신 위원장은 “각계의 의견을 모아 다음달 초까지 근본적인 대책을 만들겠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금융회사가 계열사와 제휴업체 등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때 목적을 제한하고 절차도 엄격히 운용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무소속 송호창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개 금융지주 계열사는 총 154억건의 정보를 공유했다. 하나금융지주가 82억2000만건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지주 51억5000만건, 우리금융지주가 11억8000만건, 신한금융지주가 8900만건, 농협이 1700만건 순이었다. 신 위원장은 “계열사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 정보 이용내역에 대해 고지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계열사 정보 이용기간을 1개월 내로 제한하겠다”고 설명했다.
금감원도 정보유출의 제도적 문제를 시인했다. 최 원장은 금융감독 당국의 책임론을 질타하는 여러 의원들에게 “제재 측면에서 실효성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앞으로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이런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