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매출액증가율 마이너스로

입력 2014-02-14 01:32


우리 기업이 ‘저성장의 덫’에 빠졌다. 2010년 이후 내리막을 걷던 상장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국내 기업의 성장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1조 클럽 기업’(매출액 1조원 이상 기업)의 매출 감소가 심각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3일 비금융업 상장사 1536곳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10개 경영지표 가운데 6개 지표의 지난해 실적(1∼3분기 누적)이 2009년보다 나빠졌다.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해다. 10개 경영지표는 성장성 지표(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유형자산증가율) 3개, 수익성 지표(매출액 영업이익률, 매출액 세전순이익률, 이자보상배율, 금융비용부담률) 4개, 안정성 지표(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 자기자본비율) 3개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증가율, 총자산증가율, 유형자산증가율은 모두 2009년보다 떨어졌다. 위기상황이던 2009년에도 1.33%를 기록했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마이너스(-0.10%)로 돌아섰다. 총자산증가율은 2009년 7.81%에서 2013년 3.04%로, 유형자산증가율은 8.04%에서 2.42%로 떨어졌다.

1조 클럽 기업의 매출 감소는 더 심했다. 2009년 1.66%였던 1조 클럽 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0.48%였다. 전체 상장사 매출 감소 폭보다 더 컸다.

수익성 지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률(5.62%)은 2009년(6.18%)보다 낮다. 다만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정도)은 2009년 3.46배에서 지난해 4.19배로 나아졌다. 하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내는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의 취약 기업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전체에서 37.6%를 차지했다.

안정성 지표의 경우 2009년보다 부채비율, 자기자본비율이 소폭 나아졌고 차입금 의존도는 약간 높아졌다.

홍성일 전경련 금융조세팀장은 “올해에도 내수부진,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같은 대내외 위협 요인이 있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