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복지시설과 세금

입력 2014-02-14 01:32

서울 강남구가 관내 교회들과 복지재단에 5억원가량의 세금을 물린 적이 있다. 구는 지지난해 5월 비영리사업자가 올릴 수 있는 수익이 아니라고 보고 밀알복지재단과 교회 10곳에 재산세 등을 부과했다.

국민일보를 제외한 언론은 강남구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과세 당국이 수익사업 여부도 따지지 않고 종교·복지시설에 과세하지 않았고, 종교단체는 이런 관행을 당연하게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교회 전체가 도매금으로 탈세 집단인 것처럼 비판을 받았다.

강남구의 과세에 불복한 밀알복지재단이 재산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일부 언론은 이 소송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 재단의 설립 목적과 운영 실태 등을 정밀하게 들여다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강남구의 논리를 대변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최주영)는 최근 비영리법인인 기독교 사회복지재단에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관련 법률과 대법원 판례, 원고와 피고의 주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피고의 세금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판결 내용은 명쾌했다. 재판부는 “(밀알복지재단이 운영하는) 밀알아트센터가 특수학교 운영과 장애인 복지에 관한 계몽 및 홍보 사업이라는 원고의 고유 목적사업에 사용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밀알아트센터의 일부 시설인 음악당, 세미나실 일부, 카페, 베이커리 등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밀알아트센터가 수익사업에 사용되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밀알아트센터는 (과세 기간인) 2007∼2011년 간 해마다 2억6234만∼5억7702만원까지 영업손실을 입었고, 음악당이나 세미나실 일부를 통한 대관료 수입은 최소한의 실비를 충당하기에도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원고가 음악당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밀알음악회 등을 열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사회통합을 이루려고 노력한 점도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언론에게 실컷 얻어터진 밀알복지재단은 1년8개월 만에 명예회복을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강남구가 검찰 지휘를 받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어서 법률적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다. 1심 재판부의 논리가 정연해 밀알복지재단이 최종 승소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그동안 악의적인 기사를 쏟아낸 일부 언론이 재판 결과를 보도하지 않은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