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낯선 할머니가 준 보물급 복주머니

입력 2014-02-14 01:32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다. 복은 본래 ‘하늘의 도움’을 말한다. 한·중·일 동아시아 3국에서 행복, 축복, 오복, 복음, 복지 등 많이도 쓴다. 복은 잘 감싸야 한다. 복에 겨워 오는 복을 비켜가게 하면 안 된다. 옛 어른들은 복주머니를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녔다. 임금님은 새해나 가례 때 왕비 친정이나 종친들에게 주머니를 내렸다. 정월 첫 돼지날에 볶은 콩 한 알을 넣어둔 복주머니가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고 믿었다.

오색비단에 십장생을 수놓은 오방낭. 길이 폭 10㎝ 조금 넘는 주머니로 전면을 사등분해서 동서남북 방위를 맞췄다. 매듭장 김희진(80)씨가 40년 전인 1974년에 낯선 할머니로부터 받았다. 첫 전시회를 열었을 때 귀하게 보이는 할머니 두 분이 찾아왔다.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온 주머니예요.”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할머니들은 유물 사랑을 이렇게 말했다. “받을 만한 분에게 드리는 거예요.”

김희진 매듭장의 회상은 강렬하다. “손 위에 올려놨을 때 놀라서 숨이 막혔어요. 많은 주머니를 봤지만 이런 걸작은 처음이에요. 보물로 지정해야 해요.” 솜씨 좋은 문하생이 똑같은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 멋은 재현이 어려웠다. 바늘땀과 실의 굵기는 물론 미감에서도 차이가 났다. 이 오방낭 복주머니는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의 조선미술대전에서 3월 2일부터 3개월간 전시된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