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소설가가 쓴 시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

입력 2014-02-14 01:36


그래, 흘러가는 시간을 어쩌자고/김영현(사회평론·1만5000원)

서울대 철학과 출신의 소설가가 쓴 시간에 대한 연구 노트. 저자가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난해하고 무모해 보이는 주제를 처음 가슴에 품기 시작한 것은 1977년 겨울, 대학교 4학년 때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수감생활을 할 때이다. “나는 철학도답게 두 가지의 주제를 가지고 사색을 했다. 그 하나가 ‘시간’이었고 두 번째가 ‘인간’이었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그 자신이 소설가가 되어 발표한 작품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시간에 대한 탐구는 전혀 진척이 없었다. 그러다 스티브 호킹 박사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접하게 되면서 그는 다시 시간에 대한 탐구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 여정의 전제는 과학적인 동시에 철학적인 시간해석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동안 그런 가정은 전혀 필요 없으며 오히려 철학과 과학은 시간이라는 동일한 개념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전혀 다른 현상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기에 이른다. 그래서 이렇게 풀어쓸 수 있었던 것이다. “철학자에게 있어 시간의 근거는 ‘정신’이다. 기억하고, 직관하고, 예감하는 정신의 기능을 통하지 않고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2008년 소설집 ‘라일락 향기’를 출간한 뒤 6년만의 저작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