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후배 업어서 일년 동안 등교한 중학교 선배
입력 2014-02-12 21:12
[쿠키 사회] “우석이 형, 그동안 내 발이 돼 줘서 정말 고마웠어. 형, 졸업 축하해.” “몸이 불편한 동환이를 엎고 다니면서 제가 더 많이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형, 동생의 인연이 끊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3일 열리는 울산 북구 천곡중학교 졸업식에서 선후배가 석별의 정을 나누게 될 주인공은 1학년 김동환 군과 3학년 임우석 군의 말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3월 처음 만났다.
갈랑바래증후군으로 잘 걷지 못하는 동환 군을 등에 업고 등교시키는 동환 군의 어머니 변기연(49)씨의 모습을 우석 군이 보고 담임선생님에 “제가 동환이를 교실로 데려다 주고 싶다”고 말하면서부터다.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전해들은 동환 군의 어머니가 고마운 마음으로 동환 군의 등교를 우석 군에게 부탁했다.
그때부터 매일 아침 우석 군이 학교 주차장에서부터 동환 군을 엎고 3층 1학년 교실까지 등교시켰다.
우석 군은 “처음에는 잘 엎지 못해서 위태롭기도 했는데 점점 요령을 알아서 동환이가 불편하지 않게 업을 수 있었다”며 “동환이를 엎고 대화를 하면서 제 말수가 늘어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뀌어서 오히려 제가 도움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동환 군의 건강이 호전돼서 이제는 옆에서 부축해 주면 걸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동환 군은 “우석이 형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며 “무거웠을 텐데 도와줘서 고맙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우석 군은 13일 졸업식과 함께 정든 학교를 떠나 달천고로 진학한다. 동환이 어머니 변기연씨는 “동환이가 병마와 싸우는 동안 등교해서 교실까지 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우석이처럼 마음 착한 형을 만나서 큰 도움을 얻었다”고 감사해 했다.
한편 우석 군의 빈자리는 동환이의 같은 학년 친구들이 메우기로 했다.
울산=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